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항구물범은 그들의 수염만을 이용해 17.6밀리미터의 미세한 수중 소용돌이 폭 차이를 감지함으로써, 도망치는 물고기의 정교한 도주 전략을 간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Phys.org, Earth.com, Miragenews에 따르면, 독일 로스토크 대학교 연구진은 항구물범 필루(Filou)를 훈련시켜 눈을 가린 상태에서 서로 크기가 다른 회전 소용돌이 고리를 수염 감각만으로 구분하도록 했으며, 필루는 80% 이상의 높은 정답률을 기록해 이 해양 포식자의 수염이 놀라운 감각 기관임을 입증했다. 이 연구결과는 2025년 9월말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됐다.
물고기는 도주할 때 세 방향으로 거의 동시에 물줄기(젯트)를 발사해 물속 '연기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소용돌이 고리를 형성한다. 이는 포식자가 물고기의 실제 도주 방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종의 속임수다. 하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도피 물고기가 반대 방향으로 만든 더 큰 소용돌이 고리를 수염으로 판별할 수 있으면 물개는 진짜 도주 방향을 파악해 먹이를 가로챌 수 있다.

항구물범의 수염에는 수영 동작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억제하는 독특한 파형 구조가 있어, 배경 잡음을 줄이면서 미세한 외부 소용돌이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이 수염은 돌고래 반향정위만큼 뛰어난 신호대잡음비(SNR)를 보여주며, 최대 180미터 떨어진 먹잇감의 이동흔적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물개의 수염 감각 능력은 수중 로봇공학과 센서 기술 분야에서 생체모방(biomimicry)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개발된 인공 수염 센서는 0.5밀리미터/초라는 극미세한 유속까지 감지 가능하며, 저비용으로 제작돼 수중 항법,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응용처가 기대된다.
이 연구는 미세 유체역학에서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고도로 진화된 감각과 회피 전략의 경쟁 구도를 새롭게 조명하며, 해양 생태계 연구뿐만 아니라 첨단 수중 감지 기술 개발에도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