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테슬라의 전자식 도어·도어 핸들 시스템이 충돌·화재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난 10여년간 최소 15명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블룸버그의 심층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래차 상징’이던 전동식 도어의 안전성이 정면 도마 위에 올랐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유럽 교통안전기구까지 관련 조사와 규제 검토에 착수하면서, 테슬라는 물론 전기차 업계 전반으로 후폭풍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10년간 최소 15명, 12건 사고에서 탈출 실패”
블룸버그는 미 전역에서 발생한 테슬라 치명적 사고 가운데 화재와 문 개폐 실패가 동시에 얽힌 사건들을 추려, 경찰·소방 보고서와 검시조서, 911 통화 녹음 등 수천 페이지의 공문서와 증거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충돌 후 차량이 불에 타는 동안 탑승자나 구조대가 차 문을 열지 못해 탈출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했고, 이 과정이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준 사례”가 최소 12건, 사망자는 15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이 15명은 2010년대 초부터 2025년까지 약 13년에 걸쳐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에 분포해 있으며, 모델S·모델3·모델Y 등 주요 승용 전 차종이 포함됐다. 특히 2024년 11월 이후 발생한 사망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전동식 도어·핸들 관련 치명 사고가 최근 들어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악화 추세’가 포착됐다고 카앤드라이버는 전했다.
충돌 후 꺼지는 12V, 멈추는 전자식 도어…NHTSA도 예비조사
현대 전기차는 고전압 구동 배터리 외에 12V 저전압 배터리로 도어 락·도어 핸들·에어백 센서 등 각종 전장 부품을 구동하는데, 테슬라 역시 전자식 도어 개폐를 12V 시스템에 의존하는 구조다. NHTSA가 공개한 예비조사(조사번호 PE25-010) 문서에 따르면, 일부 모델Y에서 12V 전압이 떨어지면 외부 전자식 도어 핸들이 작동하지 않아 차량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고, 특히 주행 후 아이를 태운 뒷좌석 문을 다시 열지 못했다는 민원이 반복적으로 접수됐다.
NHTSA는 2025년 9월 이 문제와 관련해 모델Y를 대상으로 공식 예비조사(Preliminary Evaluation)에 착수했으며, 보고된 사례 가운데 9건은 보호자나 탑승자가 결국 유리를 깨고 아이를 구출한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매체 카앤드라이버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15건의 치명 사고는 전체 전기차 화재·충돌 사망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지만, ‘전동식 도어 의존’이라는 설계가 구조를 지연시켜 치명성을 키운 정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독일·위스콘신 화재 참사까지…국경 넘는 ‘갇힌 테슬라’ 공포
테슬라 전동 도어 문제는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번졌다. 2025년 9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슈베르테 인근에서는 테슬라 모델S가 도로를 이탈해 나무와 충돌한 뒤 격렬한 화재가 발생, 43세 운전자와 9세 아동 2명이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격자는 소화기를 들고 차량에 접근했지만, 불길이 번지는 사이 전동식 팝업 도어 핸들을 찾지 못해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세 사람을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앞서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 인근에서도 2016년형 테슬라 모델S가 나무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 탑승자 5명 전원이 문을 열지 못해 차량 안에서 사망했고 유족이 “전자식 도어 설계 결함이 탈출을 막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블룸버그와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이 같은 사례를 가리켜 “문이 잠긴 채 불길 속에 갇힌 사람들(people trapped in burning Teslas)”이라는 표현으로 소개하며, 구조대 접근·탑승자 수동 탈출 모두를 동시에 가로막는 설계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수동 레버는 숨겨지고, 자동 언락은 부분 적용…테슬라 해명·보완책의 한계
테슬라는 “모든 차량에는 전자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를 대비해 기계식 도어 릴리스가 탑재돼 있으며, 사용자 매뉴얼과 차량 내 표시를 통해 이를 안내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실제로 모델3·모델Y의 앞좌석에는 창문 스위치 옆에 수동 도어 레버가 설치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는 “디자인상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고, 뒷좌석의 경우 수동 릴리스가 시트 하단·플로어 등 일반 소비자가 즉시 찾기 어려운 위치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테슬라는 최근 충돌 감지 시 도어를 자동으로 언락하는 기능과 비상 탈출 안내 등을 소개하는 전용 안전 웹페이지를 개설했지만, 카앤드라이버와 모터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 자동 언락 기능은 비교적 최신 차종·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되며, 이미 수년 전 생산된 구형 차량 상당수는 동일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역시 “테슬라가 수차례 내부 경고와 고객 불만, 소송을 통해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완전한 기계식 백업과 명확한 사용자 안내보다 ‘플러시형 전동 핸들’이라는 디자인 아이콘 유지에 더 무게를 둔 정황이 문서와 증언으로 드러난다”고 전했다.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다”…업계 전반에 번지는 전자식 도어 리스크
자동차 전문지 카스쿱스와 모터일러스트레이티드는 “숨겨진 전동식 도어 핸들·플러시 핸들 트렌드는 테슬라 이후 랜드로버, 현대·기아,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산됐다”며 “충돌·침수·정전 상황에서의 기계식 백업과 구조대 접근성 규정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의존형 도어’는 업계 전체의 안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 역시 독일 테슬라 화재 참사 이후 “전동식 도어·핸들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긴급 상황에서의 외부 접근성, 수동 릴리스 표시, 전원 상실 시 기본 개폐 상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이후 테슬라 차량에서 운전자·탑승자 또는 구조대가 문을 열지 못한 사례가 적어도 10여 건 이상 보고됐다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심각한 부상이나 화재 위험을 동반했다고 분석했다. 남은 과제는 “디자인 혁신”과 “비상탈출 가능성” 사이에서 어느 선까지 규제로 강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