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진행되는 산림 기반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의 약 10%가 실제 기후 완화 효과 대신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regon State University News, Phys.org, Carbon Market Watch, Ecosystem Marketplace의 보도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오리건 주립대학 주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이들 프로젝트가 태양 빛의 반사율을 뜻하는 지구 알베도(albedo)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알베도 감소로 인해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가 늘어나 기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 5개 대륙에서 수행 중인 172개 조림(Afforestation), 재조림(Reforestation), 재식재(Revegetation) 프로젝트를 분석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향후 100년간 약 8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알베도 변화를 함께 고려했을 때, 프로젝트 전체 기후 혜택의 중앙값은 18%가 줄어들었으며, 25%는 알베도 차감율이 50%를 넘어 절반 이상 효과가 감소했다. 특히 12% 프로젝트는 알베도 영향으로 탄소 감축 효과가 완전히 상쇄되었고, 30%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알베도 변화로 온난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크레딧 프로토콜의 중요한 공백과 개선 필요성
책임 연구원 린 라일리(오리건 주립대 대학원생, 미국 산림재단 과학자)는 “현재 많은 탄소 크레딧 프로토콜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만 평가할 뿐, 알베도와 같은 비온실가스 관련 기후 영향은 대체로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이 기존 지표보다 어두운 색을 띠면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여 지역 온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제 기후 완화 효과가 과대평가되고 있어 정확한 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교수 야콥 부코스키(오리건 주립대)도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들은 과학적 검증과 시장의 비판에 부응해 진화해왔지만, 이제는 알베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계층적 평가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알베도 영향을 고려하는 계층화된 접근법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알베도 데이터를 프로젝트 착수 단계의 안내 도구로 사용하거나, 고위험 프로젝트를 제외 혹은 할인 적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시장과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글로벌 탄소 배출 감축의 핵심 재원 중 하나로, 2025년 현재 약 24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탄소 크레딧의 실제 환경적 효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인해 시장은 정밀한 검증과 규제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시장 거래량은 25% 감소했으나, 고품질 탄소 크레딧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잔 쿡-패튼(내이처 컨서번시 산림 복원 과학자)은 “과학적으로 엄격히 설계된 탄소 시장 프로젝트는 기후 완화에 필수적이며, 그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라면서, 이번 연구가 자연기반 기후 솔루션의 진실성과 금융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산림 복원 프로젝트가 알베도 상승을 통해 기후 완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밝혀, 이러한 지역 중심의 프로젝트 유치와 구체적 알베도 평가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이는 정책 입안자와 자본시장이 더욱 과학 기반의 탄소 시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산림 기반 탄소 크레딧이 지닌 탄소 격리 효과 외에 비온실가스 영향, 특히 알베도 변화를 포함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자발적 탄소 시장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고 기후금융이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자연기반 기후 완화 프로젝트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