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기술 지금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점심시간, 동료가 웨이브 펌을 하고 온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미용실과 AI 이야기로 이어졌다.
"머리 하는 건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 못 할 것 같아."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가위를 대는 순간만큼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어야 안심되지 않겠어? 내 얼굴에 상처라도 내면 어떻게 해. 아직은 AI를 그만큼 신뢰하지 못하겠어. 정밀한 손놀림 뿐 아니라 센스가 필요한 미용업 같은 일은 끝까지 인간이 맡게 될지도 모르지."
그때 다른 의견이 나왔다. "혹시 자율주행차 사고율이 인간이 낼 사고율보다 낮다는 거 알아? 미용도 AI가 하면 실수 없이 더 안전하고 완벽할 걸? 오히려 사람 손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우리는 한동안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 생각엔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은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난 아직까지는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계산보다 서툴더라도 인간이 가진 가치와 생각, 행동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때가 있다고 믿고 있다.
◆ 엔티티와 효율성을 깨는 결단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속 AI 빌런 '엔티티'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
인간의 선택은 그 앞에서 확률로 계산될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엔티티를 이기려면, 엔티티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의외의 수'를 두어야 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의외의 수'는 무모한 도박이 아니다.
기계의 효율과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희생에서 비롯된 결단을 말한다.
엔티티가 내놓은 완벽한 계산을 넘어, 지키고 싶은 가치를 선택하는 순간—인간은 예측의 틀을 깨고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 코칭: 효율성을 넘어선 ‘가치’를 발견하는 질문
멀리 AI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효율적인 선택을 훈련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공식이 내 삶의 의미나 가치와 충돌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익숙한 궤도를 흔드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
코칭은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있음에도, 당신이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AI는 손해라고 계산해도, 지금 이 순간 시작해야 하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계산된 성공 경로를 버릴 용기가 있습니까?"
코치가 던지는 이런 의외의 질문은 익숙한 사고의 궤도를 벗어나며 효율과 논리에 매달린 생각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자각이 일어나고, 의식이 확장되며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그것이 바로 AI가 계산하지 못하는 인간의 '의외의 수'다.
이렇게 발견된 '의외의 수'는 삶의 방향성이 되기도 한다.
◆ 효율을 넘어, 인간만이 찾을 수 있는 Why
코칭은 이 전환의 과정을 돕는다. 의미를 생각해보는 순간, 사람은 더 이상 기존의 틀에 박힌 경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AI가 주는 솔루션은 우리 생각과 삶에 대해 What(무엇을)과 How(어떻게)를 정교하게 안내할 수 있다.
그러나 Why, 곧 삶의 이유와 목적을 묻고 생각하게 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계산한 정답이 아니라, 효율을 넘어선 당신만의 '의외의 수'를 찾는 것!
그것이 곧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Why를 찾도록 성찰하게 해주는 가장 의미 있는 대화이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입니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