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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폐기물이 자원이 되는 시대, 산업을 다시 짓는 실험

 

8개월 전쯤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과거 공유킥보드 서비스 ‘하이킥’을 창업했던 여모 씨였다. 시장이 침체되기 전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인물로, 한때는 경쟁자였다. 당시 나는 ‘씽씽’을 운영하던 피유엠피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으며 현장에서 종종 그를 마주쳤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현재 천일에너지의 친환경 브랜드 ‘지구하다’에서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낡은 것을 버리는 대신 생명을 불어넣는 사업을 한다며, 폐자재를 에너지로 전환하고 건설·인테리어 산업의 잉여 자원을 순환 가능한 자원으로 바꾸는 실험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다. ‘폐자재의 에너지 전환’, ‘자재 순환’ 같은 말들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당시 우리 회사는 실적, 세일즈, 고객사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괜히 친환경 타이틀을 잘못 붙였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상업용 부동산과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ESG 실천 사례 자체가 드물었고, 우리가 먼저 나설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테스트 시뮬레이션은 그런 의심을 무너뜨렸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이터가 뒷받침돼 있었다. 이상론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설명서였다.

 

우리나라 건설 및 인테리어 산업에서는 해마다 수백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재활용률은 낮으며 처리 과정의 투명성도 떨어진다. 이는 환경 문제를 넘어 자원 낭비이자 경제적 손실이기도 하다.

 

특히 상업용 인테리어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빠른 트렌드 변화와 잦은 리뉴얼로 폐기물은 늘어가지만, 이를 관리할 시스템은 부재하다. 대부분 외주 업체에 폐기물 처리를 맡긴 뒤, 그 이후 과정은 ‘보이지 않는 영역’이 된다.

 

여 실장이 제시한 시스템은 이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ERP와 연동된 현장관리 시스템을 통해 폐기물의 종류, 양, 처리 방식을 실시간으로 추적했고, 폐합성수지는 SRF(고형연료)로, 폐목재는 Bio-SRF(바이오 고형연료)로, 가벽 자재는 건설 순환골재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경제성 분석이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환경과 비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유관 부서에 내용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냉담했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기존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가 점차 팀의 생각을 바꿨다. 환경적 가치가 오히려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수치가 내부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약 600개 시공 현장에서 620톤의 건설 폐기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목표는 단순했다. 단 한 건의 소각이나 매립 없이, 모든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폐합성수지 250톤은 SRF로, 폐목재 190톤은 Bio-SRF로, 가벽 자재 190톤은 순환골재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약 594.8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었고, 이는 나무 9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에 해당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점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했고 경제성도 입증됐다는 사실이었다. 처리 비용은 줄었고, 현장 직원들도 점차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이 상충하는 개념이 아님을 실무 차원에서 확인했다.

 

이 실험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우리 회사만의 변화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상위권에 있는 기업이 먼저 변화를 선택하면, 산업 전체의 기준이 바뀔 수 있었다.

 

실제로 여러 협력업체들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시작한 실험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했다.

 

건설 및 인테리어 산업은 도시의 외형을 만드는 산업이다. 이 산업이 자원 순환 구조로 전환된다면, 그 파급력은 도시 전체, 더 나아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친환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스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업계는 함께 움직여야 한다. 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중소기업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자원 순환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등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6개월의 실험이 증명한 것은 단 하나였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이다. 폐기물이 자원이 되고,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었다. 데이터로 증명된 현실이었다.

 

이제는 실행의 문제다. 완벽한 시스템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실행하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변화의 동력이 된다.

 

594.8톤의 탄소 저감, 나무 9만 그루의 효과. 이 수치는 하나의 실험이 아닌,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그날의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의심이었지만,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다.

 

산업계와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선다면, 우리는 폐기물의 시대를 넘어 자원 순환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환경과 경제, 현재와 미래가 함께 가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산업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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