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가속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의 인재와 지식재산(IP)을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9조원)에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를 단행했다.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라이선스 계약으로, AI 추론(인페런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의 구조와 핵심 인력 영입
그록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엔비디아의 GPU와 경쟁하는 AI 추론용 칩을 개발해왔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인수보다는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이뤄졌으며, 그록의 창업자이자 CEO인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 등 주요 임원진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기술 확장과 고도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그록 법인 자체는 사이먼 에드워즈 CFO가 CEO를 맡아 독립 회사로 존속하며, 클라우드 사업인 ‘그록클라우드’도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투자자 명단과 기업 가치
그록의 최근 투자 라운드는 댈러스 소재 성장투자회사 디스럽티브(Disruptive)가 주도했으며, 블랙록, 뉴버거버먼, 도이체 텔레콤, 삼성전자, 시스코, D1, 알티미터, 1789캐피털, 인피니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 9월 그록은 7억5000만 달러(약 1조453억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69억 달러(약 9조6165억원)로 평가됐다. 이는 작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확장
엔비디아는 최근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엔패브리카(Enfabrica)의 CEO와 핵심 인력을 영입하며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9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등, 유사한 방식의 거래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AI 핵심 인재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에너지 인프라 기업 크루소, AI 모델 개발사 코히어, AI 특화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 등에도 투자를 확대하며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AI 칩 시장 경쟁 구도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약 80~90%의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AMD와 브로드컴 등 경쟁사들의 추격이 심화되고 있다. AMD는 MI300 시리즈와 ZT Systems 인수를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브로드컴은 맞춤형 ASIC 반도체와 네트워킹 솔루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에 도전하고 있다.
시장 전망과 전략적 파트너십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투자 의향을 밝히며, 오픈AI가 최소 10기가와트(GW)의 엔비디아 제품을 도입하기로 약속했으나 공식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같은 달 인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0억 달러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현금 보유가 늘어나면서 AI 칩 스타트업과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29조원 규모 그록 라이선스 계약은 AI 추론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록의 기술과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엔비디아는 실시간 AI 추론과 다양한 워크로드를 더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며, AI 칩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