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산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론이 큰 역할을 했다. 네팔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에어리프트 테크놀로지가 중형 드론을 활용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의 쓰레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Phys.org, DJI 공식 블로그, 네팔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DJI 플라이카트 30 드론 두 대가 해발 6065m 캠프 1부터 베이스캠프까지 300kg의 쓰레기를 운반하며, 등반가들이 셰르파와 함께 힘겨웠던 쓰레기 수거 작업이 몇 시간에서 단 몇 분으로 단축됐다. 이번 드론 활용은 에베레스트 쓰레기 청소 역사상 최초의 전면 무인 항공기 투입 사례로 기록됐다.
기존 셰르파들은 불안정한 빙하와 위험한 크레바스를 4~8시간에 걸쳐 최대 20kg의 쓰레기를 운반하며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을 담보로 작업해왔다. 이에 비해 드론은 15kg까지 화물을 싣고 단 6분 만에 같은 구간을 비행해 인력과 시간을 대폭 절감한다.
사가르마타 오염관리위원회 체링 셰르파 대표는 “10명이 6시간 동안 옮길 수 있는 쓰레기를 드론 한 대가 10분 만에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 혁신이 현장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방증한다.
에베레스트에는 산소통, 텐트, 음식 포장지 그리고 인분 등 약 50톤의 쓰레기가 쌓여 ‘세계 최고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쓰레기가 눈과 얼음 속에 숨어 있었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과정에서 노출돼 마을 아래로 흐르는 수자원 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9년 이후 네팔 정부와 지역 단체들은 약 100톤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대대적 정화사업을 벌여왔으며, 드론 도입으로 현장의 셰르파 건강과 안전 위험도 크게 낮아졌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인 쿰부 아이스폴에서 셰르파의 반복적인 위험한 오르내림을 줄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이번 시즌 25일 동안 드론들은 총 1259kg의 장비 및 쓰레기를 에베레스트 험준한 지형에서 운송했다. 15차례나 정상에 오른 경험의 락파 누루 셰르파는 이 드론들이 자신의 팀이 보통 운반하는 쓰레기의 약 70%를 담당했다고 전했다.
에어리프트 테크놀로지는 인근 아마다블람 산에서 641kg의 폐기물을 회수하는 등 드론 운용을 확장하고 있으며, 세계 8위 봉 마나슬루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의 드론 제조사들도 극한 고도 환경에서의 테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있었던 드론 추락 사고로 인해 혹독한 산악환경에서의 운영 리스크도 확인돼, 향후 전문 보험과 안전성 향상이 필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어리프트 테크놀로지의 라즈 비크람 마하르잔 대표는 “드론은 전쟁뿐 아니라 생명을 구하고 환경을 지키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기후와 인도주의 분야에서 이 기술이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드론 투입은 에베레스트 환경 보호뿐 아니라 험준한 고지대에서의 안전한 물류 혁신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등반객 증가에 따른 환경 위기를 기술로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며, 향후 전 세계 고산과 극한 환경에서 친환경, 효율적 쓰레기 관리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