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공부는 노력의 결과”라는 사회적 통념에 제동을 거는 연구 결과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나왔다.
잭 햄브릭(Zach Hambrick) 심리학 교수팀은 학업 성취도에 있어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다수의 메타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이제까지 “공부는 곧 노력의 결과”라는 신념은 교육 현장과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 잭 햄브릭(Zach Hambrick) 심리학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이 통념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햄브릭 교수팀은 권위있는 학술지 Intellig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학업 성취도와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상관관계를 다수의 메타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학업 성취에 ‘노력’이 미치는 영향, 고작 4%
햄브릭 교수팀은 음악, 스포츠, 게임, 학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학업 성취도의 경우 ‘노력’이 설명하는 비율은 단 4%에 불과했다. 이는 게임(26%), 음악(21%), 스포츠(18%) 등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게임, 음악, 스포츠 등은 반복 연습과 경험 축적이 실력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 분야는 특정 기술 습득, 신체적 훈련, 패턴 인식 등 ‘연습량’이 성취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햄브릭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부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성취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유전적 요인과 타고난 인지 능력, 환경적 변수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왜 공부는 ‘노력’의 영향이 적을까?
연구진은 학업 성취도가 지능, 기억력, 처리속도 등 선천적 인지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햄브릭 교수의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선행 연구와도 일치한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로버트 플로민(Robert Plomin) 교수팀은 쌍둥이 연구를 통해 “학업 성취도의 50% 이상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고 발표했다.(출처: Plomin, R. & Deary, I.J. (2015). "Genetics and intelligence differences: five special findings." Molecular Psychiatry, 20, 98–108)
또한, 미국 심리학회(APA)와 BBC 등 주요 매체도 “노력만으로 학업 성취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사회적 시사점과 교육 현장의 변화
이러한 연구 결과는 “노력=성공”이라는 기존 교육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학습자 개인의 인지적 특성, 유전적 배경,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조기 진로 탐색, 다양한 재능 발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공부와 노력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약하며, 유전과 인지능력, 환경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최근 심리학·유전학 연구의 일관된 결론이다.
앞으로 교육 정책과 진로 지도, 학부모의 기대까지, ‘노력=성공’이라는 신화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