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라스베이거스 CES 2026 전시장의 조명 아래, 손가락 한 마디 크기 스마트 링이 웨어러블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IDC와 옴디아(Omdia), pwcconsulting 등 시장조사 보고서와 bloomberg, investors, cnet, engadget의 보도를 종합하면 스마트 링은 2025년 출하량이 전년 대비 49% 급증하며 스마트워치 성장세(6% 증가 전망)를 가볍게 추월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1군’으로 부상했다.
출하량 180만 → 400만대, “가장 빠르게 크는 웨어러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스마트 링 출하량이 2023년 85만대 수준에서 2024년 180만대로 두 배 이상 뛰었고, 2025년에는 400만대를 소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2025년 상반기에만 160만대가 이미 출하된 것으로 분석돼 하반기에도 고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IDC가 블룸버그에 공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스마트 링 카테고리는 2025년 기준 출하량이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마트워치는 한 자릿수인 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웨어러블 전체에서 스마트 링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평균 성장률 측면에서는 스마트워치·밴드를 제치고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세그먼트로 분류되고 있다.
민간 리포트인 조인트코프(Jointcorp)의 ‘스마트 링 마켓 리포트 2025’는 스마트 링 시장 규모가 2021년 4억달러에서 2025년 19억달러로 확대되고, 2030년에는 124억~1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해 웨어러블 가운데 성장 속도 1위 카테고리로 규정했다. 같은 보고서는 지역 비중을 미국 40%, 유럽 30%, 중동·동남아 20%, 중국 내수 10%로 제시하며 북미·유럽 중심의 초기 수요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Oura 74% 독점 체제…삼성전자·Ultrahuman·RingConn ‘추격전’
시장 구조는 아직 ‘원톱’ 구도가 뚜렷하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스마트 링 시장 점유율은 핀란드 스타트업 오라 헬스(Oura Health)가 74%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인도 기반 울트라휴먼(Ultrahuman)이 각각 9%씩을 차지하며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중국 링콘(RingConn)이 5%로 뒤를 잇는다.
Oura는 2015년 첫 링 제품 출시 이후 지금까지 550만개 이상의 링을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사이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매출 측면에서도 2024년 매출이 5억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2025년 10억달러 매출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R&D·콘텐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옴디아와 여러 투자자 자료에 따르면 Oura는 구독 기반 수익모델과 AI 코칭 기능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 110억달러 수준의 유니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도 집중 구조가 오히려 대형 IT 기업이나 가전·헬스케어 기업에 ‘후발주자 역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석한다. 옴디아는 분석 블로그에서 “단일 강자 구도는 차별화된 하드웨어·생태계·가격 전략을 가진 새로운 플레이어가 한 번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창을 열어준다”고 평가하며, 애플·삼성·중국계 빅테크의 본격 참전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CES 2026, “저가·AI·생태계” 세 축으로 확장
이번 CES 2026 현장에서는 스마트 링이 건강·수면 중심의 프리미엄 틈새를 넘어, 저가형·AI 특화형·스마트홈 연계형 등으로 분화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일본계 웨어러블 브랜드로 알려진 Smalth는 세라믹 코팅을 적용한 신형 ‘Ceramic’ 스마트 링을 88달러 가격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폭 4mm, 무게 약 2g에 불과한 초슬림·초경량 설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심박수·혈중 산소 포화도(SpO₂) 모니터링과 수면 추적(수면 단계·수면 점수·시간), 달리기·걷기·사이클링 등 활동 추적 기능을 제공한다. 방수 등급은 10ATM로 수영 등 수중 활동 환경에서도 착용이 가능하다고 제조사는 설명한다.
Ceramic 링은 경쟁사 Oura·Ultrahuman 등이 유료 구독으로 프리미엄 분석·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88달러 단일 가격에 모든 기능을 개방해 ‘노 서브스크립션(no subscription)’ 전략을 택했다. 색상은 화이트·핑크·블랙 3종, 사이즈는 7~13호까지 제공되며, 배터리 수명은 최대 8일로 공지됐다.
미국 스타트업 Gyges Labs가 선보인 ‘Vocci AI Ring’은 헬스 센서를 아예 제거하고, 오디오 녹음과 AI 기반 회의 기록·요약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주목을 받았다. 티타늄 소재의 이 링은 측면 버튼 한 개만으로 최대 8시간까지 음성을 녹음할 수 있으며,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해 다국어 회의·인터뷰 환경에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녹음이 끝나면 자체 AI가 자동으로 발언을 텍스트로 전사하고, 핵심 포인트를 추려 노트 형태로 정리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Vocci는 라스베이거스 베네티안 엑스포(Eureka Park) 부스에서 CES 2026 기간 동안 실시간 데모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 측은 2월 사전 주문 시작, 4월 주요 시장 출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CNET·엔가젯 등 해외 IT 매체들은 이를 “미팅을 대신 들어주는 AI 스마트 링”으로 소개하며 생산성 웨어러블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평가했다.
로봇청소기에서 웰니스 링으로, Dreame의 변신
중국 로봇청소기 강자 드리미(Dreame Technology)는 올해 CES에서 처음으로 ‘홈 전체 스마트 생태계’를 표방하며 AI 기반 스마트 링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스펙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됐지만, 회사는 이 링을 “홀리스틱 웰니스 통합 관리”를 목표로 하는 개인용 웨어러블로 규정하고, 수면·활동·생체 신호를 다른 가전·IoT 기기와 연동해 집안 환경을 자동 조절하는 방향성(조명·공기질·온도 조절 등)을 제시했다.
Dreame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1200㎡ 규모의 플래그십 부스를 마련하고, 베네티안 전시장에 별도 프리미엄 존을 운영하는 등 로봇청소기에서 ‘커넥티드 리빙’ 브랜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왜 스마트 링인가…“화면 피로·착용감·배터리”가 만든 기회
스마트 링 붐의 배경에는 ‘덜 보이고, 덜 귀찮고, 더 오래 가는’ 웨어러블에 대한 이용자 욕구가 자리한다. 옴디아의 2024~2025년 유럽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절반은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답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디지털 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손목 밴드·워치의 경우 “하루 종일 혹은 밤새 착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스마트 링은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기존 손목형 웨어러블의 약점을 파고든다. 우선 손가락 부위가 혈관·피부 온도 측정에 유리해 수면·스트레스·회복·여성 건강 등 지표의 연속 측정·정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작은 폼팩터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야간 수면 시에도 착용감을 덜 의식하게 돼 24시간 장착률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데이터 연속성이 향상된다.
화면이 없거나 최소화돼 알림·앱 사용에 따른 방해 요소가 적고, 배터리 수명도 4~7일 이상으로 스마트워치(1~2일 사용 후 충전이 필요한 제품 다수)에 비해 긴 편이다.
이 같은 특성은 헬스·피트니스 기능이 이미 포화 상태인 스마트워치 시장과 달리, 스마트 링이 ‘수면·스트레스·회복 인사이트’에 특화된 보완재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옴디아는 “링과 워치를 동시에 쓰는 멀티 디바이스 모델이 강화될수록, 동일 브랜드 생태계에 머무를 유인이 커지고 LTV(고객 생애가치)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독모델 vs 일회성 판매, AI 코칭의 부상
스마트 링 사업자들은 수익모델에서도 엇갈린 전략을 택하고 있다. Oura·Ultrahuman·일부 헬스테크 기업은 링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마진으로 판매하는 대신, 월간 구독료를 받고 심층 분석과 AI 코칭·콘텐츠를 제공하는 ‘하드웨어+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Oura는 이 구독 수익을 바탕으로 증상 레이더(Symptom Radar), 스트레스 관리 툴, 생성형 AI 기반 개인 코칭 기능 등을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반면 Smalth Ceramic과 같이 단일 기기 가격에 모든 기능을 포함해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를 느끼는 소비자층을 정조준한다. 저가·무구독 모델은 단기적으로 보급률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서비스 투자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진영 간 전략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AI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Vocci처럼 아예 생산성·회의 녹음과 요약에 특화된 링이 등장했고, 헬스 중심 제품들 역시 엣지·클라우드 AI를 결합해 수면·스트레스·회복 상태를 예측하고, 운동·휴식 타이밍이나 질병 전조를 사전 경고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IDC·옴디아 등은 향후 수년간 스마트 링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모델의 정확도·개인화 수준·다른 기기와의 데이터 통합 능력”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남은 과제: 하드웨어 한계·가격·프라이버시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옴디아는 보고서에서 스마트 링 보급의 핵심 리스크로 다음과 같은 이슈를 정리했다.
우선 하드웨어 제약이다. 반지 크기의 폼팩터는 센서·안테나·배터리 탑재 공간을 극도로 제한해 정확도·연결성·사용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어렵다. 둘째는 착용감·내구성 문제다. 손가락 굵기 변화에 따라 피트감과 센서 접촉 상태가 달라지고, 장기간 착용 시 변색·스크래치 등 내구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는 가격 부담이다. 프리미엄 스마트 링은 300~400달러 수준으로, 일반 소비자가 ‘두 번째 웨어러블’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넷째는 데이터 보안·프라이버시 부분이다. 수면·스트레스·생리·체온 등 민감한 건강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 사고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특히 Vocci처럼 회의·대화 녹음과 AI 분석에 특화된 제품의 경우, 회의 참여자 동의·녹음 고지·데이터 저장 위치와 기간 등 법적·윤리적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미국·EU·한국 등 주요 규제 당국이 향후 관련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경우, 스마트 링 제조사와 서비스 사업자의 컴플라이언스 비용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마트 링, 웨어러블 2막의 기폭제 될까”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스마트 링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는 ‘수면·스트레스·회복·생산성’이라는 틈새를 파고들며 시장 2막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3~5년 내 애플, 메타, 중국 빅테크 등이 본격적으로 스마트 링 카테고리에 진입할 경우, 스마트워치 초창기와 유사한 경쟁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가락에 끼운 작은 링 하나가 수면·스트레스·회의 기록까지 관리해 주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스마트 링은 더 이상 ‘니치’가 아닌 ‘다음 웨어러블 표준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