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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낡은 밧줄 더미가 19억원짜리 예술작품?…英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예술시장 도발과 환경 메시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영국 현대미술계의 터너상 후보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가 런던 스티븐 프리드먼 갤러리에서 “Exhibition of Old Rope”를 선보이며 10톤에 달하는 낡은 밧줄 더미 작품에 100만 파운드(약 130만 달러)의 가격표를 붙였다.

 

Art News, Wallpaper, ITV News, 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 Sotheby's, SayArt, Artsy에 따르면, 이날 전시는 영국 곳곳의 항구, 암벽 등반 센터, 해상 풍력 발전소 등에서 7개월간 수집한 합성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소재의 중고 밧줄을 모아 설치한 대규모 작품이다.

 

“money for old rope(헐값에 돈 번다)”라는 영어 관용구를 직설적으로 시각화해 현대 미술시장의 가치 기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갤러리에 설치된 주황색 네온사인은 상업적 간판을 연상시키면서도 기존 미술 전시 공간의 고전적 미학을 해체한다.​

 

슈리글리는 작품 가격 책정을 “도발이자 정당화”라고 평가하며, 무게 단위 가격 기준으로는 “꽤 좋은 가치”라고 말했다. 수집가들은 대부분 100만 파운드어치의 다른 예술작품을 소장하지 못하겠지만, 10톤의 밧줄은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라는 평가다.

 

갤러리 측은 이 작품이 개인, 공공기관, 재단 어느 쪽 소장처로도 갈 수 있다며 좋은 보금자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시는 2024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에 낙찰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덕트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조각 ‘코미디언’과 대비되면서, 같은 시기 글로벌 미술시장 변화 속에서 예술 가치의 상대성을 부각시킨다.

 

 

아트 바젤과 UBS가 발행한 2025년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약 575억 달러로 1년 전 대비 12% 하락했으며, 거래 건수는 3% 증가해 미술 거래 양극화와 디지털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미국은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하며 선두를 지켰고, 영국이 18%로 2위, 중국이 17%로 3위를 차지했다.​

 

환경적 맥락도 이 작품의 중요한 측면이다. 슈리글리가 수집한 밧줄은 주로 재활용이 어려운 합성소재로, 매년 전 세계 해양에 약 64만톤의 폐어구와 밧줄이 버려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밧줄은 그의 브라이튼 작업실에서 세척·처리되어 전시장에 설치됐다.

 

슈리글리는 “이 전시는 예술에 부여되는 가치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고, 헌 밧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관용구를 실험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슈리글리는 이전에도 2016년 런던 제4플린스에 높이 7미터의 청동 엄지척 조각 ‘Really Good’을 설치하는 등 미술계에서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사회와 예술 시장을 통찰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12월 20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이처럼 슈리글리의 ‘Exhibition of Old Rope’는 전통적 가치 판단에 대한 도전이며, 미술품의 가격 결정과 예술 개념을 재검토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을 자극한다. 글로벌 미술시장이 점진적 재편기에 접어든 가운데, 그의 작업은 예술과 경제의 경계를 묻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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