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군사계 연구진이 1t급 자기부상 시험차량을 단 2초 만에 시속 70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현존 초전도 자기부상 시험 플랫폼 중 세계 최고 기록을 공식화했다.
2015년 일본 JR도카이의 시속 603㎞ 시험 기록을 10년 만에 큰 폭으로 갈아치운 이번 실험은, 하이퍼루프급 진공튜브 교통과 항공우주 전자기 발사 시스템 구상에 ‘속도 한계’를 다시 쓰는 계기로 평가된다.
무엇이 기록을 갈아치웠나
이번 시험은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자기부상 연구팀이 길이 400m의 초전도 자기부상 시험선에서 1t급 시험차량을 0→시속 700㎞(약 435마일)로 2초 안에 가속한 뒤, 같은 구간 안에서 다시 안전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국 관영 CMG·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공개한 영상에는 차체가 ‘섀시(sled)’ 형태로 시험선 위를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며 희뿌연 수증기 트레일을 남기는 장면이 담겼다. 시험 속도 자체보다 더 주목되는 지점은 극단적인 가속·감속을 400m 내에서 제어할 만큼 정밀한 전자기 제어와 브레이킹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매체와 SCMP, CGTN 등은 이번 결과를 “초전도 전자기 자기부상 시스템에서 세계 최고 시험 속도”이자 “동일 유형 플랫폼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로 규정했다. 인도·영국·카자흐 등 여러 해외 매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전도 전기 마그레브” “지상 교통 물리학의 기존 상식을 흔드는 기록”이라는 표현으로 평가 수위를 맞췄다.
10년간 뚫은 네 가지 난제
NUDT 연구진과 CCTV는 이번 성과가 최소 10년에 걸친 연구개발(R&D) 축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돌파 과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초고속 전자기 추진: 시속 700㎞까지 2초 만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선형 모터 기반 초고출력 추진 기술.
2. 전기식 부상·유도: 차량을 레일로부터 띄우고 자세를 안정시키는 정밀 전자기 부상·가이드 시스템.
3. 순간 고출력 에너지 저장·변환: 수 기가와트급으로 추정되는 피크 전력을 극히 짧은 시간에 공급·회수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인버전 기술.
4. 고자기장 초전도 자석: 고온 초전도체를 활용해 고자기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초전도 자석·코일 시스템.
연구진은 특히 “극한 가속 능력과 동시에 고출력 제어(high‑power control)를 구현한 점”을 이번 시험의 핵심 성과로 꼽았다. 자가부상·추진·제동을 통합 제어하는 ‘전자기 플랫폼’ 기술이 실제 하이퍼루프형 파이프라인 수송이나 우주발사체 전자기 가속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NUDT의 700㎞ 기록은 일본 리니어의 603㎞ 시험 기록보다 약 16% 높은 속도이며, 현재 상하이 공항선 상용 마그레브 최고 속도(430㎞) 대비로는 63% 이상 빠르다. 이번 시험의 목표가 ‘지속 고속 주행’이 아니라 극초기 가속·제동 성능 검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진공 파이프라인 환경에서 시속 1,000㎞ 이상급 운행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기술 데모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퍼루프·우주 발사체까지 겨냥
중국 관영매체와 NUDT 핵심 연구자 리제(Li Jie) 교수는 이번 시험을 “초고속 자기부상 교통 R&D 속도를 크게 앞당길 분수령”으로 규정하면서 세 가지 응용 축을 제시했다.
1. 파이프라인 초고속 수송: 진공 또는 저압 튜브 내에서 시속 1,000㎞ 이상을 목표로 하는 ‘하이퍼루프형’ 자기부상 시스템.
2. 항공우주 장비 시험: 고속 공력·열 환경을 지상에서 재현하는 시험 플랫폼으로 활용, 극초음속체·우주선 검증에 적용.
3. 전자기 발사(EM launch): 로켓 발사 보조용 가속레일, 항공기 이함 시스템 등에서 발사 에너지의 일부를 전자기 방식으로 대체해 연료 사용과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
CGTN과 중국군 영문매체는 “전자기 가속 기술이 향후 우주발사 보조와 다양한 지상 시험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할 것”이라며, 산업·학계·군사 분야의 ‘융합 혁신’ 사례로 이번 프로젝트를 부각하고 있다. 해외 공학 매체들은 "미 해군의 레일건·항공모함 전자식 사출기(EMALS) 등과 유사한 계열 기술"이라며 "중국이 민군겸용 전자기 추진·발사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기술 쇼케이스’인가, 상용 교통의 전조인가
이번 기록의 의미를 둘러싸고는 “극단적인 기술 과시용 쇼케이스”냐 “향후 하이퍼루프·우주발사 인프라의 실질적 전조”냐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인프라·경제성, 안전성, 소음·진동, 긴 튜브형 터널 건설 비용 등 난제가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유형 플랫폼에서의 세계 최고 속도 기록 달성, ▲네 가지 핵심 전자기·초전도 난제의 실증 수준 해결, ▲일본·유럽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속도로 개발을 이어가는 사이 ‘위험을 감수한 초고속 R&D’라는 전략 선택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에서 의의가 크다.
즉 이번 중국의 실험은 ‘차세대 하이퍼루프·우주 발사 보조 시장에서 주도권을 노린 고위험·고속 선제 투자’로 해석하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와 공개 발언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향후 중국이 실제 진공튜브 라인 실증, 수백 km급 실험선 구축, 상용화 일정과 예산 로드맵을 어느 속도로 꺼내 놓는지가 이번 ‘2초 700㎞’ 실험의 진짜 무게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