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보면 무언가 바뀌었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 최근 2.75%에서 3.00%로 올린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리 조정이 아니다.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연속 인상한 이후 3년 7개월 만에 다시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금리는 내려갈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물가 불안이 계획을 뒤집어버렸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금리가 내려올 것'이라는 희망에 기댈 수 없다. 당분간 높은 금리가 지속된다는 새로운 현실 위에서 모든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금리 변화가 아니다. 부동산 생태계 전체의 논리를 바꾸는 사건이다. 비용 폭증의 삼중고 부동산 사업을 짓누르는 비용 압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세 가지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사업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금 조달 비용이다. 서울과 분당의 오피스 대출금리는 평균 4% 초반, 물류센터는 더 높다. 여기서 핵심은 '스프레드 축소'다. 과거에는 부동산이 내놓는 수익률과 대출금리의 차이가 충분했다. 그 차이가 곧 투자 수익이었다. 지금은 그 간격이 거의 사라졌다. 말하자면 '레버리지의 황금기'가
유난히 길고 지리멸렬했던 무더위가 이제야 물러가는 듯하다. 잔인하리만큼 지독했던 올여름이었다. 평소에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에어컨’이라고 생각했지만, 올여름만큼은 단언컨대 ‘최고’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무더위 속 해외 블록버스터 두 편이 관객들을 시원한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이제 가을과 함께 스릴러와 드라마, 로맨틱 무비 등이 하나둘 몰려올 기세다. 그 포문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러물이라는 장르적 사전 정보만 접한 채 〈옵세션〉을 만났다. ‘옵세션? 무슨 뜻이지. 집착이었나?’ 순간 영단어 ‘obsession’의 의미가 헷갈려 챗GPT에 바로 물어봤다. 맞았다. 다행이다. 아직 머리가 완전히 녹슨 건 아닌가 보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영화 정말 골 때린다. 아마도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뉠 듯하다. 필자는 잘 본 편이다. 분명 공포물인데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중간 실소가 터진다. 기가 차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잔인한 묘사도 등장한다. 특히 마지막 십여 분을 남겨두고는 정말 깜짝(?) 놀랄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니 마음의 준비는 해두시길. ‘솔직히 뭐 이런 영화를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그게 영
인큐베이터 속 두 아이를 처음 봤던 때가 떠오른다.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그 작은 몸이 안쓰러워 유리 너머로 눈도 제대로 못 맞췄는데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의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리모컨 하나로 싸우고, 누가 먼저 씻을지로 싸우며, 어제는 서로의 잘못을 나한테 일러바치느라 저녁 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원수 같던 두 아이가 갑자기 한 편이 됐다. "엄마, 오늘 숙제도 일찍 끝냈고 방 청소도 했잖아요. 게임 시간 30분만 더 하면 안 돼요?" 연우가 운을 떼자, 선우가 바로 받았다. "맞아, 우리 이번 주 내내 약속 잘 지켰잖아요." 평소라면 서로 으르렁 하던 둘이 순식간에 논리를 주고받으며 나를 밀어붙였다. 공세에 못이겨 결국 나는 30분을 내줬다. 조금 전까지 리모컨을 두고 으르렁대던 애들이었는데, 목표가 같아지자 가장 든든한 동지가 되어 있었다. ◆ 평소엔 경쟁자, 이해가 겹치면 동맹 서로 다른 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지점을 발견하면, 그 순간만큼은 힘을 합쳐 상대를 설득한다. 흥미로운 건 이 연합이 평소 사이가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있다.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콘텐츠에 빗대자면 대개 속편보다 전편이 낫다는 의미로 통한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쯤 무릎을 치며 봤을 군대 소재 드라마 <신병>. 어느덧 시즌4까지 왔다. 이 정도면 사실 식상할 법도 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여전히 재미지다. <트랜스포머>를 비롯해 숱한 시리즈물이 1, 2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후속편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흥행몰이’가 ‘식상몰이’로 바뀌곤 했다. 그런데 <신병>은 좀 다르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이야기가 나온다. 역시 ‘군대 이야기’는 화수분임에 틀림없다.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주·조연의 앙상블, 군인보다 더 군인 같은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여기에 저마다 한 사연씩 품은 병사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몇 번을 우려내도 질리지 않는 ‘사골의 맛’이라고나 할까. ‘그래, 이 맛이야~.’ ◆ 본방사수는 못했지만 우리에겐 OTT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방영했던 ENA 채널의 드라마로 알고 있는데, 정작 이번에도 본방사수는 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 전성시대에 접어들면서 사
2026년 8월 19일, 바이오테크기업 ‘모더나’와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가 합작한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이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후기 임상시험에서 성공한 최초의 mRNA 기반 암 치료 백신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는데, 분석 과정에서 AI가 사용되었다는 점과 더불어 그 치료 원리가 꽤 흥미롭다. 이 백신은 예방차원의 백신이 아닌 재발을 막기 위해 투여하는 치료용 백신이며, 철저히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개별 백신이다. 우선 해당 환자의 종양 조직을 채취해서 DNA를 분석한 뒤, 그 사람의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인 ‘네오안티젠(neoantigen)’을 골라낸다. 여기서 AI가 투입되는데, 수많은 네오안티젠 중 어떤 것을 백신의 표적으로 삼을지 분류하는 과정에서 그 지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AI가 뽑아낸 최대 34개의 암 특이 항원 정보는 ‘mRNA’에 담겨 환자의 몸속에 주입되고, 이 맞춤형 백신은 몸 속에서 ‘면역계의 T세포’에게 항원정보를 학습시킨다. 그리고 학습을 마친 T세포는 남아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어 표적 공격을 하는데, 여기에서 함께 투여되는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T세포에게 거는 ‘
넷플에 올라온 신작을 보면 반갑다. 과거 보려다 놓친 작품, 극장에서 못 본 영화, 그리고 유명하진 않아도 최근 업로드된 신작은 못 참는다. 간만에 저녁 약속 없이 집으로 향했고, 밀린 일을 처리한 뒤 기계적으로 넷플에 접속했다. 이리저리 돌리며 리모컨 재핑을 5분 남짓 하던 찰나, <더 시크릿 우먼>이 레이더에 걸렸다. ‘스릴러 같네~ 반전도 있어 보이고~ 평일 밤 2시간 정도면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봐야겠다.’ 맘먹고 보니 딱 맘먹은 대로였다. 수작은 아니지만 망작도 아니었고, 명작은 아니지만 범작 이상은 됐다. 주연 여배우의 연기력도 좋았다. 기억상실증과 주변의 음해 세력이라는 설정이 다소 식상하긴 했지만, 평일 밤 시간 때우기용으론 딱이다. ◆ 잘 지은 제목 하나, 열 이야기 안 부럽다(?) 이 작품 또한 그랬다. 타이틀을 보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비밀을 간직한 여인네 이야기인가….’ 그런데 결론적으로 그 여인이 비밀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이들과 상황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정상인 그녀를 비정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야기다. 진짜 반전을 갖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그녀를 지키는 한 남자는
스타트업 대표, AI 앱 개발자, 마케터들이 모인 자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사용자가 빠져드는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성장을 다각도로 논의했는데요. 이번 차담회에서 나온 핵심 인사이트를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올인원 서비스 성장: AI와 오프라인 전문가의 결합 서비스 성공의 출발점은 사용자의 '숨겨진 결핍'을 읽어내는 겁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앱스토어 다운로드 허들을 낮추기 위해 모바일 웹 PWA 기반으로 시작해 제품-시장 적합성을 빠르게 검증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죠.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양산이 용이하지만 사용자의 깊은 신뢰와 지속적 결제 유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주, 연애, 특정 장르의 정보성 콘텐트 서비스처럼 AI 엔진에, 오프라인에서 검증된 저명 전문가의 페르소나를 결합하면 인지적 몰입도가 극대화되고 신뢰도가 크게 향상됩니다. 20대를 위한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30대 이상을 위한 신뢰감 있는 UX를 동시에 제공하면 사용자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매출 공유형 파트너십 구조로 플랫폼과 창작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커뮤니티 밀착 모니터링과 즉각적 피드백 반영 서비스 초기 출시 후 타깃 유저의
10부작. 주말 각 잡고 봤다. 마침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얼추 마무리됐고, 간만에 만난 여유를 십분 활용했다. 첫 화부터 2화까지는 신선했다. 소재도, 주제도, 흐름도…. 그러다 3화부터 5화까지는 조금 산만하고 지루한 느낌도 몰려왔다. 중도 포기와 완주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기왕 본 거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 12부작도 아니고 10부작이니 벌써 절반은 돈 것 아닌가.’ 그렇게 애써 나를 달랬다. 그리고 6화부터 최종 10화까지는 내리 달렸다. 소개 화면에서 웹툰 원작이라고 봐서 그런지 설정 자체는 현실과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보는 내내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주연배우 류준열. 얼핏 봐도 외모파 배우는 아닐 텐데 참 매력적이다. 연기력이야 뭐, 말.해.뭐.해. 처음엔 범인을 찾는 스릴러에 반전이 담긴 역전극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꽤 철학적이고, 주제의식도 강하게 담긴 볼 만한 콘텐츠였다. 김*선 감독님의 세계관과 연출은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참 세다. 이렇게 힘 있는 메가폰도 오랜만이라 괜스레 설렌다. 두 글자 제목부터 전체적인 미장센까지, 문득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
여기저기서 칭찬일색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The Odyssey) 말이다. 대학 시절 교양 수업 중 그리스 신화에 대해 고찰하는 수업이 있었다. 당시 지독하리 만큼 복잡한 원문 독해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지닌 웅장함과 창의적 스토리라인 덕분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새롭게 마주한 오디세우스는 과거의 신화 속 영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의 눈에는 치열한 생을 사는 대한민국의 직장인 오부장이 보였다. ◆ 오부장, 장기 프로젝트를 거머쥐다 오디세이 이전의 트로이 전쟁 세계관을 다룬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단연 백미는 트로이의 목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트로이’에서는 ‘아킬레우스’를 열연한 ‘브래드 피트’의 거친 매력과 ‘파리스’를 열연한 영원한 ‘레골라스’ (올랜도 블룸)의 수려함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정작 이 서사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오부장의 기지이다. 진전이 없는 장기 프로젝트의 늘어짐에도 굴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시도한 오부장의 전략은 트로이를 무너뜨렸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직장인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며칠 간의 야근을 지탱해 줄 강인한 의지력이 있다. 하지만
요즘 서울 도심을 다니다 보면 새 오피스 빌딩이 눈에 띈다. 건물이 늘어나면 빈 사무실도 늘고 임대료는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숫자는 다르게 움직였다. 물류센터는 또 다른 양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수도권 곳곳에서 새 창고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공급이 크게 줄었다. 빈 창고는 조금씩 줄고 임대료 하락세도 멈췄다. 오피스와 물류센터, 두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은 다르지만 들여다볼수록 ‘닮은 구석’이 있다. 새 오피스 늘자 임대료도 올라 알스퀘어의 ‘2026년 2분기 오피스 마켓 리포트’를 뜯어보면 서울에는 한 분기 동안 32만 7000㎡, 약 9만 9000평 규모의 오피스 11곳이 새로 공급됐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도심권역(CBD)에 몰렸다. G1서울과 르네스퀘어 같은 대형 프라임 오피스가 한꺼번에 시장에 들어온 결과다. 서울 평균 공실률은 6.5%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 올랐다. 공급이 집중된 CBD는 7.3%로 2.4%포인트 뛰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이야기다. 공급이 크게 늘면서 빈 사무실도 많아졌다. 그런데 그다음 숫자가 예상과 다르다. CBD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친 순임차비용(NOC)은 3.3㎡당 30만 7000원으로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