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얼음의 나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에서 사상 최초로 모기가 자연 서식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 소속 곤충학자 마티아스 알프레드손(Mattias Alfredsson)은 수도 레이캬비크 북쪽 약 30km 지역에서 암컷 모기 2마리와 수컷 1마리 총 3마리의 줄무늬모기(Culiseta annulata)를 포획했다고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아이슬란드는 혹독한 추위와 긴 겨울 덕분에 남극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모기가 서식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평균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더 따뜻해지는 등 기후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5월 일부 지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섭씨 18도 이상 높은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고,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어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줄무늬모기는 유럽과 북아시아, 북아프리카 등, 비교적 추운 지역에도 적응력이 높은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견된 모기들은 설탕과 와인을 섞은 용액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장치에 의해 포획됐으며, 이 종은 영하의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추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알프레드손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발견이 반드시 기온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본격적인 확산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봄철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편, 아이슬란드가 지구 온난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점은 여러 과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약 10%가 빙하로 덮여 있고 34개의 주요 활화산 대부분이 이 빙하 아래에 자리 잡고 있으나, 지난 130년간 빙하 부피는 16% 감소했다. 이러한 빙하의 급속한 소실은 화산 분화 빈도와 강도가 30~50배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았으며, 2020년대 들어서는 빙하 소실에 따른 지각 상승과 마그마 축적 속도가 빙하가 존재할 당시보다 2~3배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북극과 그 인근 지역에서 특히 모기 개체수가 급증하는 현상도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구 동토층의 붕괴와 녹은 얼음 주위에 형성된 물웅덩이가 모기 산란지로 변하면서, 모기 유충의 성장 속도는 섭씨 1도 상승 시 10%, 생존율은 2도 상승 시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쳐 북극 순록의 서식지 변화, 식생 및 토양 상태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된 모기의 발원 경로에 대해서는 선박이나 컨테이너를 통한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나,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 환경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례는 지구 온난화가 기존에 모기가 서식하지 않던 북극권의 생태계를 뒤흔들며 새로운 환경 리스크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북극권 및 고위도 지역 모니터링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