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유럽의 대표적 명금류인 큰박새(Parus major, Great Tit)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때 부모보다는 형제나 다른 성체로부터 배우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10월 9일 PLOS Biology에 게재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와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공동 연구 결과에 의해 처음 확인된 사실이다.
UC Davis, Max Planck Institute, Phys.org, Bioengineer.org, PopSci.com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와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행동생태학자 Sonja Wild가 이끄는 이번 연구는 야생 어린 새들 중 부모의 돌봄이 제한된 환경에서의 사회적 학습 전략을 최초로 조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부모의 돌봄이 제한적인 야생 환경에서 자라는 229마리의 새끼 큰박새들이 자동화된 먹이 퍼즐을 통해 생존 기술을 학습하는 과정을 10주간 추적 관찰했다. 실험은 51쌍의 번식쌍과 새끼들을 대상으로 문을 미는 능력을 측정했으며, 마이크로칩으로 개별 행동을 정밀 추적해 수만 건의 학습 행위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새끼들은 부모가 숙련된 경우 퍼즐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실제 문제해결 행태는 형제들과 비직계 성체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임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한 형제 그룹 내 첫 학습자의 약 75%가 부모가 아닌 성체로부터 배우고, 나머지 25%만이 부모에게서 배운 반면, 이후 학습자들은 약 94%가 형제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았다.
연구를 주도한 행동생태학자 Sonja Wild 박사는 "둥지를 떠날 때 새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며, 스스로 먹이 찾기와 은신처 마련이 불가능하다"며 "약 10일의 제한된 부모 돌봄 기간 동안 필요한 생존 기술을 익혀야 하므로, 형제 및 사회적 네트워크가 학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동물 문화 전승의 기존 통념을 뒤엎는다. 부모가 주로 지식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큰박새는 수평적(또래) 및 비스듬한(비직계 성체) 학습 경로를 통해 다세대 지식이 전승된다. 이러한 사회적 학습의 다양성은 개체군 회복력과 환경 적응성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보전학적 시사점도 크다.
Wild 박사는 "동물 문화가 다양할수록, 개체군은 멸종 위험이 감소하고, 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다양한 역할 모델이 학습에 참여함으로써 개체군이 얻는 생존기술 레퍼토리가 풍부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사회 구조 보전이 야생 개체군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문화적 전승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임을 시사하며, 보전 정책 수립 시 소셜 네트워크 보호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향후 동물 사회학, 행동생태학 연구는 물론, 기후 변화 등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 보전 전략에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