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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두 명의 왕" 발언이 흔든 美 민주주의 기초… 트럼프-찰스 3세 만남이 던진 '상징 정치'의 역설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이 2026년 4월 28일 올린 "두 명의 왕" 캡션이 달린 사진 한 장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백악관 남측 잔디밭에서 나란히 서 있는 이 사진에는 "TWO KINGS(두 명의 왕)"라는 문구가 있었다. 영국 왕실의 250년 만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는 자리였지만, 이 표현은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상징 조작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왕권과 대통령제, 그 사이의 위험한 경계선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 이후 250년간 "왕 없는 나라"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헌법 2조는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을 부여하지만, 이는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 속에서 작동하는 제한된 권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왕이여 영원하라(LONG LIVE THE KING)"라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으며, 백악관 공식 계정은 왕관을 쓴 트럼프의 AI 생성 이미지를 공유했다. 학술지 'European Asia Journal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는 대통령제와 절대왕정 비교 연구에서 "권력의 결합이 행정부에 집중될 때 왕정 체제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TWO KINGS"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 조작의 전형이다. 로이터는 "백악관 사진 캡션이 대통령 상징주의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으며, 알자지라는 "이란 전쟁을 둘러싼 긴장 속에서 이뤄진 방문"이라고 맥락을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No Kings" 시위, 300만명이 외친 민주주의 수호


미국 전역에서는 2025년 6월부터 "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세 차례 발생했다. 2026년 3월 28일 세 번째 시위에는 전국 3,200개 도시에서 300만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단일 비폭력 시위로 기록될 전망이다. 위키피디아는 "시위대는 이란 전쟁, 민주주의 후퇴, 엡스타인 파일 은폐, ICE 요원의 총격 사건 등을 규탄했다"고 정리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No Kings' 시위는 트럼프가 행정부에서 추진한 강압적 정책에 반대하여 조직된 집회"라고 정의했다. 시위 조직 단체 'Indivisible'의 공동 창립자 리아 그린버그는 "이번 토요일 동원의 핵심 메시지는 시위자 수가 아니라 그들의 위치"라며 "전국 50개 주 모든 곳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의 의회 연설, 트럼프에게 던진 우회적 경고


찰스 3세는 4월 28일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약 25분간 영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NPR은 "찰스 국왕이 트럼프 대통령의 NATO 비하 발언에 대해 미묘하게 도전하는 듯했다"고 분석했다. 국왕은 "우리가 직면한 장애물은 어떤 단일 국가도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하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전 성과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기본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르몽드는 "21발 예포 축포가 울리는 화려한 환영식 이후 트럼프의 어조는 최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한 조롱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전했다. CNN은 "찰스 국왕에게 이번 방문은 트럼프를 넘어선 것이며, 미국과 두 나라 간 역사적 유대에 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왕실 소식통은 CNN에 "이 관계는 '대통령직을 초월한다'"며 "공유 가치, 경제적 유대, 안보 파트너십은 현재 정치 환경 이전에 존재했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례 논란과 문화적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장면도 논란이 됐다.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가 찰스 3세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에 결례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왕실 프로토콜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과 250년 전통의 왕정 문화 사이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악관은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를 위해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국빈 방문 일정을 마련했다. 뉴욕타임스는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가 트럼프 2기 외교의 마스터클래스를 시연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문은 2007년 5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이후 19년 만의 영국 왕실 국빈 방문이다.

 

상징이 현실을 만들 때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개념으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TWO KINGS" 발언은 바로 이런 상징 조작의 전형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왕으로 호명하는 순간, 헌법적 정체성은 흔들리고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현실을 잠식한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조지 워싱턴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시도를 거부한 것을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본다. 그로부터 250년 후, 백악관이 스스로 대통령을 "왕"으로 규정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를 넘어 체제적 위기 신호로 읽힌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왕권은 신성함(the sacred)과 권력(power)이 결합된 상징 체계다.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왕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세속적 권력을 신성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우리는 미국에 왕이 없으며, 나는 왕에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 수호 의지를 밝혔다.

 

이번 "TWO KINGS" 사건은 단순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상징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300만 시민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은 왕이 없는 나라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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