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국-이란 전쟁의 경제적 충격파가 에너지를 넘어 피임용품과 의료소모품 시장까지 강타하고 있다.
reuters, CNN Business, bbc, ICIS Explore, euronews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콘돔 제조사인 말레이시아 카렉스(Karex)는 4월 21일(현지시간) 제품 가격을 20~30% 인상할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 미아 키앗(Goh Miah Kiat) CEO는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부른 원자재 대란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합성고무와 의료용 장갑의 핵심 원료인 납사(naphtha) 가격이 1주일 만에 18% 급등하는 등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카렉스가 연간 50억개 이상 생산하는 콘돔에는 합성고무, 니트릴, 실리콘 오일, 알루미늄 호일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들 모두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업체인 톱글러브(Top Glove)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고했다. 니트릴 라텍스 가격이 톤당 750달러에서 1500달러로 2배 상승했으며, 일부 등급은 1900~20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톱글러브는 니트릴 장갑 가격을 1000개당 평균 7달러 인상했으며, 이는 원자재 비용 상승분 약 50%를 반영한 것이다.
의료계까지 번진 공급 불안
국내에서도 전쟁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의료용 장갑 공급업체들은 4월부터 공급가를 15% 인상했으며,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료값이 폭등하고 해상 운임 상승이 지속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의료용 장갑 수급 차질에 대응해 비축분 5000만장을 긴급 방출하는 조치를 취했다. 치과 진료소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장갑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의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자재 대란은 장갑과 콘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사기, 치료용 튜브, 수액세트 등도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로 만들어지며 상당수가 동남아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대만은 플라스틱 부족 사태에 대응해 제조업체를 위한 핫라인을 개설했으며, 쌀 농가들은 진공포장 비닐을 구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중국발 사재기 열풍과 세금 이중고
카렉스의 가격 인상 발표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로이터에 따르면 웨이보에서 "콘돔 가격 인상" 해시태그가 24시간 만에 60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한 누리꾼은 "콘돔 몇십 위안이 100만 위안짜리 아이 키우는 것보다 100배 이득"이라는 댓글을 남겨 공감을 얻었다. 이러한 불안감은 1월 1일부터 중국 정부가 30년 이상 유지해 온 피임용품 세금 면제를 폐지하고 콘돔·피임약 등에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광범위한 경제 충격 현실화
산업연구원이 3월 16일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전 배럴당 약 72달러에서 최근 103달러까지 40% 이상 급등했다. 롤랜드버거 분석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원유 가격이 47% 상승했으며 폴리프로필렌은 24% 올랐다. 인도 고무 산업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전쟁 이전보다 30~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미아 키앗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운임 상승과 선적 지연으로 많은 고객의 재고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상황"이라며 "분쟁이 지속되면 단 하나의 부품 부족만으로도 카렉스 공장 전체가 가동을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고위 에너지 당국자는 이러한 가격 상승 영향이 "단기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수개월 또는 수년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