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최근 미국인 10명 중 9명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단 10%에 불과했다. 반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과 관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33%씩으로, 총 66%가 관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는 현저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결과다. 주요 교역국별로 보면 중국(26%), 멕시코(18%), 캐나다(15%), 유럽연합(14%), 일본(12%)에 대한 관세 인상 지지율보다 한국에 대한 지지율(10%)이 가장 낮았다.
한미 경제관계에 대한 미국 내 긍정적 인식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68%는 한국과의 교역이 미국 경제에 이롭다고 평가했으며, 62%는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또한, 26%는 한미 교역 규모를 현 수준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화적으로도 한국의 영향력이 주목 받았는데, 60% 이상이 K-팝, 영화, 음식 등 한국 문화가 미국 내 한국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음식(42%), 영화·화장품·예술작품(각 15%), K-팝과 TV 드라마(각 12%)가 주요 긍정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한미 관계 정책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KEI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관계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5%에 그쳐, 2024년 48.5%에서 1년 만에 약 15%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8.5%에 달해 불확실성도 높았다.
현재 미국은 지난 7월 한미 간 합의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 중이며, 이는 당초 위협했던 25%에서 낮춘 수치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 관세 정책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45%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하는 등 경제적 부담도 경고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성장률 하락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0.6%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내에서 한미 경제협력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실질적 지지가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는 비교적 견고한 편이지만, 경제적 실익과 국민 인식 측면에서 정책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