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가 주도하던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최근 연방 정부 각 부처는 지원금 사업을 발표하기 전 반드시 DOGE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던 절차가 2개월 만에 전격 폐기됐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와 여러 주요 외신이 확보한 이메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2개월 만에 폐기된 'DOGE 사전 승인'…최소 30개 지원사업 지연
DOGE는 지난 4월부터 연방정부의 공식 지원금 공고 사이트(grants.gov)에 게시되는 모든 지원사업을 사전 심사·승인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각 부처 담당자들은 지원사업 공고를 올리기 위해 DOGE가 운영하는 이메일(grantreview@hhs.gov)로 사전 제출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30여 개의 사업이 DOGE의 검토를 기다리며 지연됐다.
지연된 사업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 알츠하이머 환자 간병인 지원, 노인 낙상 방지 등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필수 복지 사업이 포함됐다.
이전까지는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grants.gov에 지원사업을 게시할 수 있었으나, DOGE의 개입으로 연방정부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 집행이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NIH(미 국립보건원) 등 일부 기관에서는 DOGE의 요구로 수백 건의 연구비 지급이 중단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DOGE 흔적 지우기…머스크 측근들 연쇄 퇴진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한 직후, 그와 밀접하게 일했던 DOGE 핵심 인사들도 줄줄이 정부를 떠났다. 스티브 데이비스(운영총괄), 제임스 번햄(법률고문), 케이티 밀러(대변인) 등 주요 인사들이 동반 퇴진하면서 DOGE의 조직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일부 DOGE 인력은 각 부처 상근직으로 전환됐으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DOGE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흔적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DOGE, 시스템에 내재화" vs "사실상 힘 잃어"
백악관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DOGE의 미션은 각 부처에 내재화됐으며, 각 부처 장관이 DOGE 인력과 함께 보조금 심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는 DOGE의 중앙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설전 이후 머스크와 DOGE의 입지는 더욱 위축됐다.
정책 혼란과 법적 논란…연방 지원금 집행 차질
DOGE의 사전 승인 절차는 연방 정부의 지원금 집행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 NIH 등 주요 기관에서는 DOGE의 지시에 따라 수백 건의 연구비를 전격 중단하거나 취소했다는 사실이 법정 증언과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과학계와 시민단체는 “정치적 외부 세력이 과학적 지원금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DOGE의 권한 남용과 관련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연방 판사는 최근 DOGE의 권한 행사에 대한 소송을 본격 심리하겠다고 밝혔으며, 추가 소송도 진행 중이다.
DOGE의 미래…'정책 내재화'와 '리더십 공백' 사이
머스크의 퇴진 이후 DOGE는 공식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였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이 DOGE의 미션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는 각 부처별로 DOGE 정책의 내재화와 독립적 결정이 혼재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예산 삭감, 인력 구조조정 등 DOGE의 정책 방향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나, 중앙 통제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머스크 퇴진이 불러온 DOGE의 '급랭'
머스크가 떠나자 DOGE는 연방 지원금 승인 권한을 상실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의 영향력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개월 만에 폐기된 중앙 승인 절차, 핵심 인사들의 연쇄 퇴진, 각 부처의 독립성 회복 등은 DOGE의 ‘찬밥 신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DOGE의 정책이 ‘시스템에 내재화’될지, 아니면 점차 소멸할지는 미지수지만, 머스크의 퇴진이 가져온 정책 혼란과 집행 차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