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그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94)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 달러 명예훼손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트럼프 측은 7월 29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법원 서면을 통해 "머독이 고령에다 최근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며, "15일 이내의 증언절차(신속한 증언 요청)"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연방법원 재판관 대린 게일스는 머독에게 8월 4일까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릴 것을 명령한 상태라고 ABC뉴스, 뉴욕타임즈, 인디펜던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트럼프와 그의 변호인단은 WSJ이 7월 17일 보도한 "트럼프가 2003년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성적으로 암시적인 그림과 함께 보내 allegedly bawdy birthday letter를 보냈다"는 기사에 대해 '전면 조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소송장에서 "해당 편지의 존재 자체가 가짜이며, 기사 게재 전 직접 머독과 통화해 허위임을 알렸다. 머독은 '처리하겠다'고 답했지만 기사는 강행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직접 소통'이 뉴스 보도에 대한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의 증거라고 법적 논리도 함께 폈다.
실제로 트럼프 변호인단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머독은 최근 5년 간 ▲척추골절 ▲발작 ▲두 차례 폐렴 ▲심방세동 ▲아킬레스건 파열 ▲2023년에는 런던에서 레베카 브룩스와의 아침식사 중 '기절, 쓰러짐' 등 건강 상의 큰 위기를 연이어 겪었다고 전했다.
특히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기록도 포함됐다. 이런 사정이 "재판 시점에 머독 증언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신속 요청의 근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당 생일 편지가 ▲트럼프 서명이 있고 ▲"Happy birthday — and may every day be another wonderful secret"라는 문구가 쓰여있으며, ▲엡스타인의 절친이자 현재 수감 중인 기슬레인 맥스웰이 만든 앨범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해왔다.
WSJ와 모기업 다우존스는 "보도의 엄격함과 정확성에 신뢰를 갖고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언론업계에서는 "미국 명예훼손 소송에서 고의적 허위(actual malice) 입증은 극히 드물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소송 자체가 트럼프에겐 역풍, 예를 들어 법정에서 오히려 엡스타인과 친분이나 과거 행적 공개 등 불리한 정보가 공개될 위험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머독 측은 언론과 지인들에게 "나는 94세고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스코프 역시 트럼프 측의 '대응 압박'에 동요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명예훼손 소송의 쟁점은 ▲2003년 편지의 실존 여부 ▲'사전 인지-직접 경고' 사실 ▲실질적 악의 및 언론의 의도적 허위 보도 여부 등이다.
법률 및 언론학계에선 이번 소송이 '트럼프-머독-엡스타인'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언론-정치권-법원의 긴장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제적 이슈임을 지적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미디어 경영구조, 언론자유, 실질적 악의의 해석 등에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소송의 향배는 미국 내 외 언론·정치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