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수십조원대 영업이익과 상상을 뛰어넘는 성과급 잔치를 예고하면서, “이 호황의 과실을 납세자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적 세제와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한 성장의 과실을 직원과 주주에만 몰아주는 것이 정당한지, 아니면 일정 부분을 사회 전체와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평균 7억→13억’ 성과급 시나리오
SK하이닉스는 2023년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직원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증권가가 제시한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200조~250조원 수준으로, 이 경우 성과급 재원만 20조원 안팎, 임직원 3만3,000~3만5,000명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5억6,000만~7억2,800만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이미 2025년 실적 기준으로도 ‘평균 1억대 연말 성과급’이 유력하다는 국내 언론 보도와 맞물리며, 업계 내부조차 “체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2027년 이후 전망이다. 글로벌 IB인 맥쿼리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447조원으로 제시하며, 이 경우 1인당 평균 성과급이 12억9,000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일부 리서치에서는 2027년 영업이익을 189조원대로 추산하면서도, 영업이익 연동 구조상 “내년 평균 4억원대, 후년에는 10억원대 이상 성과급도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AI 메모리 붐이 이어질 경우 ‘직원 연봉+성과급 합계 10억 시대’가 반도체 설계·제조 인력부터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업계가 가정하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300조원 시나리오에서는 약 45조원이 보너스 재원으로 책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 부문 임직원 7만7,000명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약 5억8,400만원 수준으로, 이는 SK하이닉스와 합산할 경우 “삼전·하닉 성과급 총액 60조~65조원” 논쟁의 기초 수치가 됐다.
K-칩스법, ‘세제 인센티브냐, 사실상 보조금이냐’
이 같은 보상 체계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세제 인센티브가 있다. 정부는 2021년 ‘K-반도체 전략’을 통해 반도체 R&D 비용에 최대 40~50%, 시설투자에는 최대 20%까지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025년 개정된 이른바 ‘K-칩스법’에서 대기업·중견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올렸다. 반도체 대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2021년 3%에서 2024년 20%까지 4년 만에 3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이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7년간 감면받을 법인세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연구개발(R&D) 공제, 인력 양성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반도체 지원 패키지’를 감안하면, 사실상 수조~수십조원 규모의 간접 보조금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자국 ‘CHIPS법’에 따라 삼성에 약 9조원 규모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초과이익 환수·가드레일 등 강력한 조건을 거는 것과 달리, 한국의 K-칩스 구조에는 ‘초과이익 공유’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도 비교 대상이다.
결국 쟁점은 명확하다. 세금으로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준 만큼,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초과이익과 보너스에 대해선 다시 사회와 나누는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하느냐는 문제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원 기업의 초과이익을 최대 75%까지 환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과 달리, 한국은 ‘성과는 기업의 몫, 리스크 헤지는 세제의 몫’이라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야당·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성과급도 세금 낸다” vs “국민이 함께 만든 호황”
현행 구조를 옹호하는 쪽은 성과급 자체가 상당한 세수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과급은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수억~수십억원대 보너스가 대량으로 풀릴 경우 고소득 구간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며, 국세 수입 확대에 직접 기여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5~2026년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올해 국세 수입이 예산 목표를 웃도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소득세로 환수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간지 독자 게시판에는 “반도체 호황은 국민이 함께 만든 것”이라는 글이 공유되며, 세액공제 확대와 인프라 지원으로 인한 세수 결손을 성과급에만 의존해 메우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전·하닉 성과급 60조원 가운데 일정 비율을 사회기금으로 적립하자”, “내수 진작을 위해 지역화폐나 전자상품권 형태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논쟁의 뒷면에서는 노동시장의 왜곡도 감지된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성과급 수령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육아휴직과 해외 연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격차’가 인재 유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초고액 성과급이 ‘성과 공유’ 논란과 동시에 ‘인재 블랙홀’ 우려까지 키우는 셈이다.
해외 사례가 던지는 질문, 한국형 ‘윈윈 모델’은 가능한가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서 ‘공적 지원과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패키지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CHIPS법 보조금은 초과이익 공유, 고용·임금 조건, 국가안보 관련 가드레일 등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자국 내 투자·고용 유지, 기술 이전 등을 보조금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K-칩스법과 반도체 특별법은 세액공제·인프라 지원에 비해 ‘이익 공유’와 ‘사회적 책임’에 관한 규정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만 해외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가진다. 미국식 초과이익 환수는 국가 규모의 내수 시장과 군수·안보 수요를 배경으로 한 ‘슈퍼 파워’의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동일한 강도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투자 기피와 역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성과급을 깎아서 세금을 더 걷자”는 단선적 접근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성과급의 일부를 청년 교육, 지역 상생, 산업 생태계 확충에 자발적으로 출연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소프트형 이익 공유 모델’이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SK하이닉스·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단순한 ‘배 아픈 이야기’를 넘어, 한국형 산업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험대에 가깝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초고액 성과급이 ‘사유재산의 상징’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공적 지원과 결합한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촉매제가 될지는, K-칩스법 후속 설계와 정치·사회적 합의의 방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