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2025년 7월 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도널드 트럼프와 결별하며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음에도, 미국 공화당에 올해 개인 기부금 중 최고액인 1000만 달러(약 140억원)를 전달한 사실이 미국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가와 Politico, CNN, Bloomberg, NBC 등의 매체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5년 6월 27일 미 연방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각각 500만 달러씩, 총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공식 FEC(연방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는 올 상반기 슈퍼팩으로 들어간 개인 기부 중 단연 최대 규모다.
이로써 머스크는 공화당 하원·상원 슈퍼팩의 최대 개인기부자가 되었다. 상원 슈퍼팩(Senate Leadership Fund)의 상반기 모금액은 2640만 달러, 하원 슈퍼팩(Congressional Leadership Fund)은 3270만 달러에 달한다. 머스크의 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단일 기부자로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특히 이 시기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형 감세·지출 예산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역겹고 혐오스럽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반대표를 촉구하고, 해당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까지 낙선시켜야 한다고 발언했던 직후였다.
머스크와 트럼프는 5월부터 정부 예산 법안, DOGE(정부효율부) 정책 등 현안을 두고 협력 관계에서 공개적 충돌로 전환됐다. 그는 7월 초 “미국의 양당정치 체제를 깨겠다”며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하고, “자유를 되찾겠다”며 신당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앞으로 정치 자금 지출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하겠지만, 현재로선 이유를 못 느낀다”고 정치자금 중단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혔으나, 정작 공화당에는 거액을 투입했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실제 후원금 배분은 워싱턴 정가와 시장에서 해석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및 중간선거 국면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지원에 총 2억9000만 달러(약 406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동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와의 결별과 신당 창당, 정치자금 중단 시사 등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슈퍼팩 등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의 슈퍼팩 ‘아메리카 PAC’에도 올 상반기 4500만 달러를 추가 기부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정치권에선 “머스크의 재정적 존재감과 불투명한 정치 스탠스가 내년 미 중간선거와 이후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변수로 작동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의 후원전략은 미국 정당정치의 전통 프레임을 흔드는 ‘테슬라머니 정치학’이자, 트럼프와의 결별 이후에도 GOP(공화당) 보수진영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이어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