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겨냥한 ‘최강 벙커버스터’ 지원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로 치닫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스라엘의 집요한 요청…‘GBU-57’ 벙커버스터, 유일한 해법?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의 핵심 거점인 포르도(Fordo) 지하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국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 지원을 수년째 요청해왔다. 포르도 시설은 산악지대 90m 지하에 건설돼 기존 공습 무기로는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군만이 보유한 GBU-57은 13.6톤에 달하는 초대형 관통폭탄으로, 지하 60m까지 관통해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이 폭탄은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만이 투하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은 해당 폭격기와 무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트럼프의 딜레마…외교적 해법 vs 군사적 개입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G7 정상회의 일정을 급히 단축하고 귀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그가 선택할 카드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가 마지막 외교 기회를 잡을지, 벙커버스터를 지원할지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공격에 직접 개입할 경우, 핵협상 재개의 모든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 지원 요청을 거절하며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해왔다.
하지만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고, 외교적 중재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군사적 옵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포르도 핵시설을 겨냥한 벙커버스터 투하 모의훈련을 실시해왔으며, 실제 작전 시 여러 대의 B-2 폭격기가 동원돼 연속 투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반발과 국제적 파장
트럼프 대통령의 ‘벙커버스터 카드’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의 기존 입장과 달리, 중동 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국내외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대표 논객인 터커 칼슨 등은 “미국이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면 국익에 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적극적 군사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란도 군사충돌보다 '외교대화' 촉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외교를 원한다면, 지금이 결정적 순간이다. 단 한 통의 워싱턴발 전화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즉 이란은 “군사적 충돌이 아닌 외교적 대화”를 마지막으로 촉구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의 발언은 군사적 충돌 직전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적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란이 아직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메시지다. 동시에, 미국이 먼저 움직일 경우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외교적 계산도 깔려 있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 대신 외교적 해법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임을 강조한다. 미국 대통령의 결단, 즉 공식적인 대화 또는 협상 제의가 있다면 이란도 핵문제와 관련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졌다.
이스라엘, ‘플랜B’도 모색
미국의 지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포르도 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대체 시나리오’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주미 대사는 “모든 것이 폭격만이 답은 아니다. 다양한 비상계획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개입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벙커버스터 지원은 이란 핵개발을 저지할 유일한 군사 옵션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중동 전면전과 미국의 직접 개입이라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외교적 해법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