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농심켈로그(대표이사 정인호)가 2025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쏟아내면서, 한국 사업이 사실상 ‘현금 캐시카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글로벌 본사에는 로열티·기술료·수수료 명목으로 100억원대 비용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급여충당부채는 1,288억원까지 불어나고, Mars 인수로 최상위 지배주주가 또 바뀌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적과 수익성 악화…매출 정체·이익 급감
3월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농심켈로그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매출액은 2,093억 8,790만원으로 전년(2,092억 7,283만원)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품 매출은 1,261억 5,654만원으로 1.0% 감소했고, 상품 매출이 832억 3,135만원으로 1.7% 증가해 전체 매출을 간신히 떠받친 구조다.
매출총이익은 629억 9,308만원으로 전년(637억 4,201만원)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8억 6,535만원으로 전년 129억 9,494만원에서 31.8%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약 4.2% 수준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74억 6,407만원으로 전년(107억 5,079만원) 대비 30.6% 감소했다.

운반비·주식보상비에 짓눌린 영업이익
판매비와관리비는 541억 2,773만원으로 전년(507억 4,707만원)보다 6.7% 증가했다.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판관비가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세부 항목을 보면 회사의 ‘아픈 곳’이 보다 선명해진다.
광고선전비: 60억 3,273만원(전년 68억 2,303만원 → 11.9% 감소)
판매촉진비: 66억 9,873만원(전년 77억 1,913만원 → 13.0% 감소)
운반비: 105억 4,168만원(전년 73억 5,789만원 → 43.3% 증가)
지급수수료: 100억 2,508만원(전년 92억 1,441만원 → 8.5% 증가)
주식보상비용: 19억 1,680만원(전년 4억 7,759만원 → 301% 이상 폭증)
특히 운반비가 40% 이상 급등하며 영업이익을 잠식했고, 글로벌 본사 그룹이 설계한 현금결제형 주가차액 보상(주식기준보상) 비용이 4배로 뛰면서 비용 부담을 키웠다. 재고자산폐기손실도 7억 8,429만원으로 전년(2억 5,595만원)의 3배 수준까지 불어났다.
일반적으로 지급수수료는 마케팅 및 홍보 대행 수수료, 법률 자문 및 회계 감사 수수료, 외부 용역 및 컨설팅 비용 등과 같이 외부 전문가나 기관에 의뢰한 서비스 비용을 말한다. 지급수수료의 급증은 홍보대행사, 법무법인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현금 유출
이익잉여금은 2025년 말 기준 340억 9,041만원으로 전년(358억 2,633만원) 대비 감소했다. 이는 높은 배당성향 때문이다.
회사 이사회는 2025년 결산에 대해 69억원(보통주 460만주,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해당 배당금은 당기순이익 74억 6,407만원의 9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년도에는 92억원(주당 2,000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86%를 기록한 바 있다.
최대주주인 Kellogg Latin America Holding Company(지분율 90.0%)와 2대 주주 농심과 특수관계자(신동윤, 율촌화학)(10%)에게 대부분의 배당이 돌아간다. 고배당 정책으로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향후 설비 투자나 신사업에 투입할 내부 유보 여력은 약화되는 구조다.

특수관계자 거래·로열티…글로벌 본사로 빠져나가는 ‘기술료+수수료’
농심켈로그는 미국 Kellanova(및 관련 계열사)와 상표·기술자료·기술지원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출에 연동된 기술료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1998년 12월 14일 최초 체결된 상표·기술계약은 2013년 1월 1일 최종 개정됐고, 2025년 한 해 동안 이와 관련해 51억 6,135만원의 지급기술료를 계상했다(전년 54억 6,928만원). 이 비용은 전액 판매비와관리비로 들어가 영업이익을 직접 깎는다. 매출 대비 약 2.5% 수준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특수관계자 채권·채무도 상당 규모다. 2025년 말 기준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채권(외상매출)은 31억 786만원, 미수금 4억 4,407만원, 선급금·선급비용 61억 3,810만원, 매입채무 108억 118만원, 미지급금 15억 9,143만원으로 집계된다.
현금은 늘었지만 부채도 빠르게 증가
2025년 말 농심켈로그의 총자산은 1,239억 3,596만원으로 전년(1,125억 3,760만원) 대비 10.1% 증가했다. 유동자산은 745억 7,276만원에서 652억 7,489만원으로 늘었고, 비유동자산 역시 493억 6,321만원으로 증가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1억 1,960만원으로 전년(106억 3,641만원)에서 44.1%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195억 7,561만원)과 투자 축소의 결과이며, 동시에 대규모 배당(92억원 → 69억원)으로 다시 유출되고 있다.
부채는 668억 4,227만원으로 전년(537억 799만원) 대비 24.4% 증가했다. 2025년 말 기준 부채 668억 4,227만원, 자본 570억 9,370만원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은 약 117% 수준으로 추산된다. 유동부채 539억 5,539만원과 유동자산 745억 7,276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동비율은 약 138%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하다.
단기차입금은 재무제표에 계정 자체가 나타나지 않아 별도의 은행 차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입채무·미지급비용 등 운전자본성 부채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향후 원가 상승·환율 변동 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퇴직급여·노무 관련 잠재부채…인건비·충당부채 상향
퇴직급여충당부채는 2025년 말 기준 1,288억 6,874만원으로 전년(1,227억 6,061만원)보다 5.0% 증가했다. 당기 중 설정액은 160억 8,660만원, 지급액은 99억 7,847만원이다. 급여는 제조원가·판관비를 합쳐 185억 5,030만원(판관비 86억 9,685만원, 제조원가 98억 5,344만원)으로 전년 180억 8,420만원에서 증가했다.
복리후생비는 총 32억 6,879만원으로 큰 폭 변화는 없지만, 인건비 구조가 점차 상방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인건비·퇴직급여 관련 현금 유출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고배당 정책과 맞물려 중장기 재무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배구조·신사업·투자…Mars 인수 이후 ‘한국 법인 역할’ 변화 리스크
농심켈로그의 지배구조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바뀌었다.
2023년 10월 2일 Kellogg Company가 북미 시리얼(WK Kellogg Co.)과 글로벌 스낵(Kellanova)으로 인적 분할, 이에 따라 농심켈로그의 직접 지배회사가 Kellogg Company → Kellanova로 변경됐다. 이어 2025년 12월 11일 Kellanova가 글로벌 식품기업 Mars Incorporated와의 사업 통합을 완료, 최상위 지배회사가 Kellanova → Mars Incorporated로 재변경됐다.
Mars 체제 편입은 한국 농심켈로그의 역할, 제품 포트폴리오, 로열티 정책, 공급망 전략 등에 중장기 구조변화를 수반할 수 있는 변수다. 아직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신사업 투자나 구조조정 계획은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대규모 투자’나 ‘구조조정’에 해당할 만한 개별 항목도 당기 손익·현금흐름표 주석에 별도로 공시돼 있지 않다.
다만 유형자산 취득은 43억 4,603만원(전년 61억 3,160만원)으로 전년 대비 축소됐고, 건설중인자산 잔액은 41억 1,430만원으로 큰 폭 변화는 없다. 이는 공격적 신증설보다는 유지·보수 중심의 CAPEX에 머물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법적 소송·우발부채
우발부채와 약정사항에는 상표·기술계약, 은행 여신약정(USD 50만 달러 한도), 서울보증보험 지급보증(8,200만원) 등이 기재돼 있다. 현 시점에서 회사가 공시한 대규모 법적 소송이나 손실우려가 큰 우발부채는 재무제표상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 재무분석 전문가는 “2025년 농심켈로그는 매출이 거의 제자리인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30% 넘게 빠지는 구조적 수익성 악화를 보여줬음에도,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내보내며 재투자 여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며 "특수관계자인 글로벌 본사에는 로열티·기술료·수수료와 주식보상비용까지 더해 100억 원대 현금이 빠져나가, 한국 법인은 사실상 ‘현금 인출기’ 역할에 가까운 재무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운반비·판관비의 가파른 상승과 퇴직급여충당부채 증가로 비용 구조는 점점 경직되고 있는데, CAPEX는 방어적 수준에 머물러 향후 성장동력 확보보다는 단기 현금 배분에 치우친 전형적인 ‘저성장·고배당’ 국면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