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2025년 9월 말 군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제안을 다시 꺼내면서 캐나다와의 국제관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CTV News, Canadian Press, Global News, Arms Control Center, CBC News,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자신의 야심작인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과 연결 지으며, 캐나다가 이미 이 방어망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몇 주 전 연락해 참여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51번째 주가 되면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골든 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모티브로 한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위성 기반 감시와 우주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을 포함하여 중국과 러시아 등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실시간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5년 1월 트럼프가 발표한 이 구상은 초기 예상 비용이 1750억 달러에 이르며, 캐나다는 독립국 신분으로 참여하려면 약 710억 달러를 분담해야 한다고 트럼프가 과거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군 지도자 연설에서는 캐나다가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에 흡수되는 편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5년 초부터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불거진 무역 전쟁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대부분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일련의 무역 제재를 시행한 이후, 캐나다도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단행했다.
다만 양국 간 무역의 85% 이상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예외 조항에 따라 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캐나다는 8월 말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일부 관세를 철회했으나, 무역 협상 교착 상태와 경제적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일관되게 캐나다 주권 포기를 강하게 거부해왔다. 2025년 5월 백악관 회담에서도 “캐나다는 매물로 나오는 곳이 아니며, 결코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의 병합 논의를 일축했다. 이어 9월에도 “캐나다는 언제나 주권 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미국의 병합 제안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51번째 주 발언이 군사적 및 경제적 긴장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미국 내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고, 캐나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수사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골든 돔 사업과 연계함으로써 국방 협력 확대가 아닌, 주권 포기라는 더 큰 요구를 내비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은 캐나다 내에서도 무례하다는 비판과 함께 심각한 외교적 도발로 인식되고 있으며, 향후 북미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주권 수호를 위해 무역과 안보 협상 모두에서 독자적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