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의 대표적 자선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원조 예산 대폭 삭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이 조치가 여성과 아동 등 전 세계 취약계층에 미칠 파급 효과가 “재앙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 1680만명, 아동 100만명 생존권 위협”
프랑스 매체 마담피가로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멀린다 게이츠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대폭 줄인 점을 지적하며, “올해만 1680만명의 여성이 모성 건강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100만명의 아동이 심각한 영양 결핍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녀는 “미국 같은 나라가 원조를 줄이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도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그 파급 효과는 재앙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원조 삭감, 글로벌 연쇄효과…가장 취약한 곳부터 붕괴”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해외원조 삭감 이후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도 잇따라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
국제개발원조 전문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는 “2026년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의 원조 삭감 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 개발도상국과 레소토, 미크로네시아, 에스와티니 등 소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성·아동 건강, 생존권 위협…빈곤의 악순환 심화”
멀린다 게이츠는 “여성과 아동이 가족계획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출산과정에서 사망할 위험이 커지고, 아기 역시 생존율이 낮아진다. 이는 빈곤의 악순환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해외원조는 미국 등 선진국의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라며, 보건위기와 전염병 확산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부 책임 방기…자선만으로는 한계”
멀린다 게이츠는 “자선단체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지만, 효과가 입증된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몫”이라며,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면 17만건 이상의 말라리아, 수백만 명의 여성 건강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혼, 나를 성장시킨 계기…여성 권리 수호에 집중”
한편, 멀린다 게이츠는 빌 게이츠와의 이혼 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의장직에서도 물러나, 여성과 아동의 생활 조건 개선에 집중하는 독자적 자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자선단체 설립을 결심했다”며, “많은 사람이 결혼에 갇혀 있지만, 나는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