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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The Numbers] 보스턴다이내믹스 100조 상장설, 정의선에 ‘20조 탄환’…현대차 순환출자 끊는 초대형 승계 시나리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보스턴다이내믹스(BD)의 미국 상장(IPO)이 ‘로봇 빅딜’을 넘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회장 승계 구도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BD 상장 시계 빨라진 배경: 로봇·AI에서 재무 중심 회사로


올해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가 글로벌 주목을 받으면서 BD의 몸값은 단숨에 로봇·AI 대표주자로 격상됐다. BD는 그간 엔지니어·기술 중심 조직이었지만 최근 CEO가 기술통 로버트 플레이터에서 재무통인 어맨다 맥매스터 CFO(직무대행) 체제로 바뀌며, 상장을 전제로 한 ‘재무·수익 중심’ 회사로 선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장재훈 부회장 직속 로보틱스·AI 전략 TFT를 신설하고, M&A·전략투자 인력을 전면 배치하며 BD를 축으로 한 로봇 포트폴리오 재편에 본격 나선 상태다.

 

BD는 로봇 제어용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필드AI(Field AI)’에 수백만달러를 투입하고, 글로벌 AI·로보틱스 전문가 밀란 코박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상용화와 미국 IPO를 의식한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는 “2026년 상반기 나스닥 예비심사 청구·주관사 선정 → 하반기 밸류에이션·공모 구조 확정 → 2027년 초 상장” 정도의 로드맵을 유력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몸값은 최소 100조?…국내외 증권사 밸류이션의 갭


시장에선 BD 상장 밸류에 대해 “최소 100조원 이상”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KB증권은 203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연 96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 BD가 이 중 약 15.6%(150만대)를 점유할 경우 상장 시점 기준 기업가치를 128조원으로 제시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KB증권은 BD의 2035년 매출을 404조원, 영업이익을 62조원 수준으로 추정해 ‘휴머노이드 레버리지’가 기존 자동차 산업과는 다른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테슬라의 로봇 밸류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BD의 이론상 가치를 약 145조7,700억원까지 끌어올린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반대로 일부 보수적 애널리스트들은 BD가 2022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907억원, 누적 적자 1조3,8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아직 대규모 적자 구조에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펀더멘털만 보면 30~40조원대가 보다 현실적인 구간”이라고 경고한다.

 

즉 BD 밸류는 ‘미래 휴머노이드 시장을 어느 정도까지 선반영하느냐’에 따라 30조~150조원 사이에서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전형적인 성장주식(스토리 스톡)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의선, 지분 20%로 ‘20조+α’ 현금…승계·지배구조 딜의 ‘마중물’


현대차그룹은 2020년대 초 BD 인수 당시 지분을 나눠 보유했으며, 현재 정의선 회장이 BD 지분 20% 안팎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BD가 보수적으로 100조원 밸류로 상장하더라도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20조원에 이른다. 이 중 일부를 구주 매출로 시장에 내놓을 경우, 단기간에 수조~수십조원대 현금이 유입돼 승계·지배구조 개편의 ‘탄약고’를 단숨에 채우게 된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와 국내외 매체 분석을 종합하면, 정 회장이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은 크게 두 덩어리다.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재원 약 4조원(현대제철·기아 보유 존속 모비스 지분 인수 기준, DS투자증권 시나리오)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 상속·증여세 약 8조원(추정)이다.

 

여기에 향후 추가적인 공개매수나 시장 매입, 지배력 방어를 위한 예비비 등을 고려하면 총 10조~15조원대 현금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BD 상장이 100조원 이상 밸류를 인정받는다면, 정 회장은 BD 지분 매각·담보를 통해 이 재원의 상당 부분을 한 번에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10대 그룹 유일 ‘3중 순환출자’…해법은 결국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리는 다음 세 갈래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현대글로비스 → 현대모비스

 

이 순환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현대모비스로, 현대차 지분 22.36%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반면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은 0.3%대에 불과해, ‘지배구조의 핵’과 ‘총수 일가 지분’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증권가와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정의선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로 이어지는 단순·직선형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론되는 카드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7%대)을 정의선 회장이 상속 또는 증여받아 지분율을 올리는 방안, 기아(약 17~18%)와 현대제철(6% 안팎)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회장 또는 특수관계사가 매입하는 방안이다.

 

최근 DS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를 ‘부품·AS 중심 신설 모비스’와 ‘현대차 지분·R&D 중심 존속 모비스’로 6:4 비율 분할한 뒤, 정 회장이 존속 모비스 지분을 대거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기아·현대제철이 들고 있는 존속 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데만 약 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돼, BD 상장 재원이 사실상 ‘모비스 지분 딜’을 위한 직격탄으로 쓰일 수 있다.

 

지주사 전환·금산분리·글로벌 로봇 경쟁…남은 변수들


다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로 지주사 체제를 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현대차증권 등 금융 계열사 보유가 제한될 수 있어,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 재편을 다시 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 현대모비스 모듈·AS 부문을 물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다 “모비스 저평가·글로비스 특혜” 논란으로 무산된 전례도, 무리한 지배구조 실험에 대한 그룹 내부의 학습 효과를 남겼다.

 

글로벌 로봇·휴머노이드 시장의 경쟁 구도도 변수다. 미국의 피겨 AI(Figure AI)는 2026년 2월 자금 조달 과정에서 395억달러(약 5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불과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5배 급등했다. 중국 유비텍(UBTECH), 유니트리(Unitree)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이지만 빠르게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BD가 상장 전후로 어느 정도 시장 점유·수익성을 증명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지켜보는 핵심 포인트는 ▲BD의 상용화 속도(2028년까지 미국 현지 연 3만대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현대차그룹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는지 여부)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경로(2035년 960만대라는 KB증권 추정치가 실제 수요와 얼마나 근접해 가는지, 경기·임금·정책 변수에 따른 변동성) ▲현대모비스 지분 매집 속도(BD 상장 직후부터 정 회장의 모비스 지분 확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는지, 혹은 추가 M&A·합병 카드를 병행하는지 여부) 세가지로 요약된다.

 

재계 전문가 및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BD 상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조건이자, 정의선 체제 승계를 위한 가장 강력한 ‘현금 창구’라는 점에 시장의 이견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BD 밸류에이션의 변동 폭과 글로벌 로봇 시장의 ‘버블·실적’ 간 괴리가 어느 수준으로 수렴하느냐에 따라, 정 회장이 쓸 수 있는 승계·지배구조 카드의 타이밍과 강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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