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년 연속 상승하며 0.8선까지 회복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초저출산에 갇혀 있던 인구 구조에 ‘일시적 숨고르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세 전환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이번 반등이 구조적 반전이라기보다 인구 구조와 결혼·출산 시기 조정이 겹친 한시적 순풍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숫자가 말해주는 ‘바닥 반등’
2025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25만4,457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해 200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에서 2024년 0.75, 2025년 0.80으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인구 1,000명당 조출생률은 2024년 4.7명에서 2025년 5.0명으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중국(5.6명), 일본(5.7명), 대만(4.6명)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36만3,389명으로, 자연 인구는 약 10만9,000명 감소해 인구 자연감소는 6년째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반등이 주목받는 것은 정부조차 예상하지 못한 속도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75, 2026년을 0.80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미 2025년에 0.80을 찍으며 ‘상단’을 앞당겨 넘어섰다.
‘2차 에코붐 세대’와 미뤄둔 결혼의 동시 폭발
이번 반등의 1차 동력은 이른바 ‘2차 에코붐 세대’가 출산 적령기에 본격 진입한 인구학적 효과다. 1991~1995년,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 종료 이후 출생률이 잠시 뛰던 시기에 태어난 인구가 약 36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세대가 30대 초반에 진입하면서 2025년 기준 30대 초반 여성 인구는 약 170만명으로 2020년보다 약 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출산의 피크가 30대 초반에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연령대 모수 확대만으로도 출생아 수의 ‘기저 상승 압력’이 커진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출생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 2024년 결혼 건수는 전년 대비 14.8% 급증한 데 이어, 2025년에도 8.1% 추가 증가했다. 1981년 이후 처음으로 12개월 내내 ‘월별 출생 + 월별 결혼’이 동시에 증가한 해가 2025년이었다.
결혼 후 2년 이내 출생 비중도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했고, 2025년에는 10%대 초반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박현정 과장은 “결혼이 누적적으로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30대 인구 증가와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낳거나 혹은 낳는다면 둘’…출산 결정 방식도 변하고 있다
양적 증가 뒤에는 출산을 둘러싼 질적 태도 변화도 포착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출산을 선택한 가정에서 둘째 아이 출생이 전체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2015년 약 16만6,000명이던 둘째 출생아 수는 2023년 7만4,000명까지 급감했다가, 2024년 7만6,000명으로 소폭 반등한 뒤 2025년 들어 증가 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애를 낳지 않으면 아예 안 낳고, 낳으면 한 번에 둘을 계획하는 ‘제로 혹은 투(0-or-2)’ 마인드셋”으로 설명한다.
정부 조사에서도 결혼·출산에 대한 정서가 서서히 달라지는 징후가 보인다. 최근 실시된 격년 정부 설문에서는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5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소폭 상승했고, 결혼 후 자녀를 가질 의향을 밝힌 응답자 비중도 2022~2024년 사이 3%포인트 안팎 증가했다.
한림대 신경아 교수는 “통계적 요인이 섞여 있어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출산에 대한 정서를 조금이나마 긍정 쪽으로 움직이는 지표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OECD 최저…‘완화된 위기’일 뿐
수치 개선에도 한국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인 나라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에 비하면 0.80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행과 정부 전망에 따르면, 현재 약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은 2045~2049년 0.6%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 5,180만명(추정치)인 한국의 총인구는 2072년 3,620만명 수준으로 약 3분의 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속도에 비해 출산 회복 속도가 턱없이 느린 탓에, 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재정은 이미 압박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약 1조 달러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지만, 현재 제도 유지 시 2071년 고갈이 예상된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신용평가사들은 초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가 한국의 국가 재정에 구조적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반등은 ‘인구 절벽의 속도를 약간 늦춘 회복의 조짐’이지, 인구 구조 자체를 뒤집는 게임체인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재명 정부의 승부수…5개년 인구·이민 전략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2026년 중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5개년 로드맵을 확정해 출산·양육 지원과 이민 정책을 동시에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수년간 확대해 온 현금 지원, 주거 보조, 육아휴직 확대 등 출산·양육 인센티브를 재정·효과성 측면에서 재설계해 ‘체감도 높은 패키지’로 묶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20대·30대 초반 청년층, 저소득층, 비정규·실업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 강화 방침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공식 언급됐다. 동시에 숙련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늘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를 완화하는 이민 전략이 경제부처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협의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현금 퍼주기식 출산 장려금만으로는 구조를 못 바꾼다”는 냉정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주거비, 경력단절, 장시간 노동, 성평등 인식 등 ‘출산 결정을 가로막는 구조적 위험요인(risk factor)’을 세트로 건드리지 못하면, 이번 에코붐·혼인 반등이 끝나는 2027년 이후 다시 초저출산의 하강 곡선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다.
인구학 전문가들은 "한국은 세계 최저 출생률의 절대 바닥에서 이제 겨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면서 "에코붐 세대와 포스트코로나 결혼·출산 ‘밀어내기 효과’가 만들어낸 이 숨 고르기를, 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향후 10년 한국 인구·성장 시나리오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