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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최태원 "SK하이닉스 美 ADR 상장 검토" 첫 언급…마이크론·TSMC와 같은 트랙에 선다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시장에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을 공식 ‘검토 국면’으로 올리면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략이 정면으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기술 행사 ‘GTC 2026’ 현장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검토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로이터는 최 회장이 “미국 및 글로벌 주주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을 들여다보고 있다(looking into U.S. ADR listing to broaden exposure to U.S. and global shareholders)”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언은 2025년 12월 “미국 증시 상장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회사 측 공시 이후, 최대 주주 측에서 방향성을 재확인한 첫 육성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앞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ADR 상장을 포함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최 회장의 언급은 ‘검토’ 수준임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미국 시장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를 겨냥한 전략이 임계점에 다가섰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왜 ADR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마이크론 격차


ADR은 미국 예탁기관이 해외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서로,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에 상장돼 현지 투자자가 달러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포스코, 신한금융,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형 기업들이 이미 뉴욕 시장에 ADR을 상장해 외국인 투자 저변을 넓힌 전례가 있다.

 

SK하이닉스가 ADR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경쟁사 대비 낮게 형성된 밸류에이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깔려 있다. 2025년 12월 기준 금융·언론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 수준으로, 같은 메모리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34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SK하이닉스 2.1배, 마이크론 3.2배로 격차가 뚜렷하다. 반도체 업황과 AI 메모리 모멘텀을 공유하는 두 기업의 펀더멘털이 비슷한 기조임에도, 상장 시장과 투자자 구조의 차이가 밸류에이션 갭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SK하이닉스 주가는 AI 메모리 호황을 타고 2025년 한 해 약 240% 급등했으나, 여전히 마이크론과 비교한 멀티플 측면에서 ‘할인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된다. 반면 2026년 들어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 1년간 300% 이상 상승했고, HBM3E·HBM4E 수요를 바탕으로 메모리 시장 성장률이 2026년에만 134%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자와의 접점을 직접 확대해 ‘마이크론과 같은 트랙’에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ADR로 표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HBM3E·HBM4 ‘넘버원’이 ADR에서 받게 될 프리미엄

 

시장의 관심은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통해 AI 메모리 1위 지위를 얼마나 ‘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쏠린다. SK하이닉스는 HBM3E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AI 빅테크에 핵심 메모리를 공급 중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출하량 점유율 62%, 3분기 기준 매출 점유율 57%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가 최소 2026년까지 HBM3·HBM3E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방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UBS 역시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Rubin)’ 플랫폼용 HBM4 시장에서 2026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약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체 반도체 시장이 1조 달러 규모에 근접하는 변곡점에서, ‘HBM3E 리더 + HBM4 선도’라는 이중 포지셔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지위는 엔비디아와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GTC 2026에서 HBM4를 포함한 최신 AI 메모리 라인업을 전시하고, 엔비디아 AI 시스템에 자사 제품을 탑재해 기술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글로벌 자본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AI 인프라 핵심 밸류체인’에서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메인 파트너로 자리잡았다는 점은 ADR 상장 시 강력한 프리미엄 요인이 될 수 있다.

 

‘TSMC 선례’와 ‘쇼케이스 ADR’ 논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ADR 상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대만 TSMC가 꼽힌다. TSMC는 타이완 증시에 상장된 보통주와 별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ADR을 상장해 미국 기관·리테일 자본을 폭넓게 흡수했고, 그 결과 ‘세계 파운드리 1위’ 지위를 밸류에이션으로도 온전히 반영받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분야에서 TSMC와 유사한 ‘기술·시장 리더’ 위치를 확보한 만큼, 글로벌 동종업계 ‘표준 사례’에 근접하려면 미국 상장 플랫폼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국내외 일부 주주·시민단체는 SK하이닉스의 ADR 추진 방식에 날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검토 중인 구조는 자기주식을 활용한 ADR 발행 방식인데,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4% 수준(가치 약 9조~1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포럼(KCGF) 등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ADR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혁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 정도 물량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거래량을 만들기 어려워 ‘쇼케이스 ADR’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KCGF는 “단순 ADR 상장이 곧바로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SK그룹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 투명한 자본배분 원칙 등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진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이 직접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향후 자본정책과 지배구조 논의에서 주요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 모멘텀’·100조원 이익 전망과 ADR의 시너지


최태원 회장은 올해 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Trans-Pacific Dialogue(TPD) 2026’ 환영사에서 “AI 확산이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이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슈퍼 모멘텀’을 통해서도 SK하이닉스를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정중앙에 세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자체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2026년은 HBM3E가 황금 표준으로 시장을 이끌고, HBM4와 범용 메모리가 중장기 성장 궤적을 그리는 해”라며 “SK하이닉스는 HBM3E 리더십을 바탕으로 HBM4까지 동시 공급체계를 구축해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UBS,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들이 일제히 SK하이닉스의 2026년 이후 HBM 시장 지배력 유지, 50% 이상 점유율,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에서의 70% 수준 공급 비중을 전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단순 ‘해외 번지수 옮기기’가 아니라 ▲AI 메모리 1위 지위에 대한 글로벌 직판 평가 구조 구축 ▲마이크론·TSMC와 동급의 비교·벤치마킹 환경 형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카드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한 논란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 미국 상장 이후에도 펀더멘털·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엄격한 잣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DR은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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