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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빅테크칼럼] ‘킬 체인’에 들어온 AI…미군, 이란서 6000곳 표적타격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군이 이란 공습에서 팔란티어–앤트로픽 ‘클로드(Claude)’가 탑재된 AI 기반 타깃팅 시스템 ‘메이븐(Maven)’을 전면 투입해 전쟁 3주 만에 6000개 이상 표적을 타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AI가 사실상 ‘킬 체인의 심장부’로 진입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2월 28일 시작된 이란 공습 작전 첫 24시간 동안 약 1000개의 표적을 타격했으며, 이는 미국 전투 작전에 투입된 가장 진보된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존한 것이다.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위성 이미지, 감시 영상, 기밀 정보를 처리하여 표적 추천, 정밀 좌표 제공, 실시간에 가까운 공습 우선순위 결정을 수행했다. 이 시스템은 한때 2000명의 정보 분석관 팀이 수 주에 걸쳐 수행하던 작업을 약 20명이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도록 압축했다.

 

킬 체인(Kill Chain)은 원래 1991년 걸프전에서 미 공군이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제압하기 위해 개발한 개념으로,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을 신속히 처리하는 표적화(Targeting) 과정을 말한다. 

 

미 공군은 이를 F2T2EA(Find:탐지, Fix:위치확정, Track:추적, Target:표적지정, Engage:타격, Assess:평가) 6단계로 세분화해 10분 이내 타격을 목표로 체계화했다. 한국에서는 '타격순환체계'로 번역되며, 북한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30분 내(최적 15분) 선제 타격하는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KAMD·KMPR)의 핵심 축이다.

 

24시간 1000개 표적… 인간 정보장교 2000명을 20명으로 대체한 메이븐


워싱턴포스트와 스테이트크래프트 따르면, 팔란티어가 구축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앤트로픽의 대규모 언어모델 클로드를 기반으로 위성·드론·레이더·각종 기밀정보를 통합 분석해, 잠재 표적 후보를 제시하고 작전상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긴 뒤, 정밀 좌표까지 자동 산출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월스트리트저널)·CBC 등의 매체들은 미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보 평가, 표적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까지 클로드가 관여했다”며 "3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미 중부사령부는 총 6000개가 넘는 표적이 타격됐다"고 밝혔다.

 

즉, 미군의 대이란 공습에서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표적 추천–우선순위 결정–좌표 산출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노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래디컬 좌파 AI” 전면 사용중단 명령… 그러나 전쟁터에선 그대로 가동

 

아이러니한 것은 정치·규제 레벨에서는 ‘차단’이 선포됐지만, 실전 전장에서는 같은 시각 ‘최전선’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2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을 “현실을 모르는 래디컬 좌파 AI 회사”라고 공격했다.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이 대규모 국내 감시나 완전 자율 무기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을 계약에 명시하려 하자, 국방부가 “모든 합법적 목적에 AI를 쓰게 하라”며 반발한 갈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WSJ, 가디언, CBS 등 복수 매체는 “트럼프의 전면 금지 명령이 떨어진 지 불과 수 시간 뒤, 동일한 클로드 모델이 이란 공습에 그대로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미 작전 시스템에 너무 깊이 통합돼 있어, 전쟁 도중에 AI를 뽑아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는 증언이 전해진다. 

 

앤트로픽은 이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부당한 보복’이라며 최소 두 건의 연방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백악관은 차단, 펜타곤은 사용”이라는 이중 현실이 드러나며, AI 의존이 일정 임계치를 넘으면 정치적 결정으로도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는 구조적 위험이 부각됐다.

 

6000개 표적 속도전, 민간인 피해 완화 조직은 축소… 미 의회·전문가의 경고


AI 덕분에 전례 없는 속도로 표적을 생성·타격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적·제도적 안전장치는 약화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AP와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상원의원 45명 이상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미나브 학교 공습의 경위와 함께, 의회가 민간인 사상자 감소를 위해 만들었던 전담 조직(일명 ‘민간인 피해 완화·추적 사무국’)의 예산·인력 축소 배경을 추궁했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들은 AP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민간인 피해 예방 인력은 줄고, 작전 효율성과 타격 효과에 대한 압박이 강화됐다”고 증언했다.

 

핵심은,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좌표 기반 추천’을 하더라도, 그 입력이 되는 기초 데이터(부대 배치, 시설 용도, 최신 위성정보)가 낡고 잘못돼 있으면, 오히려 고속·대량의 오류 증폭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AI 정밀 타격’이 ‘데이터 정밀성’과 ‘인간 검증’이 결여될 경우 곧바로 대량 민간인 학살로 비화할 수 있음을 통계가 아닌 참극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클로드의 사용을 둘러싼 갈등도, 사실상 “AI를 어느 수준까지 자율적으로 킬 체인에 편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권한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앤트로픽은 계약상 ‘완전 자율 무기’와 ‘대규모 국내 감시’에 쓰이지 않도록 제한할 것을 요구한 반면, 국방부는 “이미 국내 대규모 감시는 불법이고, 완전 자율 무기는 내부 정책상 제한된다”며, 모든 합법적 영역에서 AI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실전에서는, AI가 생산하는 방대한 표적·위험도 평가·시뮬레이션 결과를 인간이 얼마나 깊이, 얼마나 느리게, 얼마나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할 조직과 인력이 정치적 이유로 축소되지는 않았는지가, 민간인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변수로 드러나고 있다.

 

민군·정부–빅테크 간 권력 재조정

 

트럼프 행정부와 앤트로픽의 충돌은, 향후 어떤 AI 기업이 ‘군사 활용 거부’ 원칙을 내세울 경우,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이를 강제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지의 시험대가 됐다.

 

한국 역시 국산 AI·빅테크를 방산·정보 분야에 깊게 끌어들일수록, 기술주권과 군사주권, 그리고 기업의 윤리 기준 사이의 미묘한 힘겨루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 기술 이슈가 아니라 헌법적 권한 분배와도 맞닿는 문제다.

 

군사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전쟁은 'AI가 전쟁을 바꿨다'는 선언이 아니라, 'AI에 맞게 전쟁 규범과 책임 구조를 다시 짜지 않으면, 6000개의 표적 뒤에 또 다른 미나브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라며 "한국이 차세대 킬 체인·정찰감시·자율무기체계를 설계하는 지금이, AI를 ‘속도’가 아니라 ‘책임’의 관점에서 재정의할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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