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미 해군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을 기함으로 한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를 떠나 인도양 해역에 진입하며 사실상 중동행에 올랐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전단에는 링컨함과 함께 이지스 구축함 3척, 보급선, 지원함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수준의 타격력과 장기 작전 능력을 갖춘 상태다. 링컨 전단이 걸프 인근 작전구역에 도달하면 이미 바레인에 기항한 연안전투함(LCS) 3척,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2척과 연계된 입체적 해상 전력이 구축되며, 사실상 항모 1개 전단+주변 호위·지원 세력으로 구성된 전개 태세가 완성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 동승 기자단에게 “대형 함대가 그 방향(중동)으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고 말해, 군사 개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동시에 미 공군 및 해병대 자산 일부도 아시아·태평양에서 중동으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워싱턴이 최소한 ‘군사 옵션의 실질적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전력 이동을 “전형적인 억지 신호이자, 필요 시 단기간 내 공중·해상 합동 타격이 가능한 수준의 선제 배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 “제한·외과·물리·어떤 공격도 전면전”…군 최고 경계 태세
이란은 미 항모전단의 중동 접근을 “전면전의 전주곡”으로 규정하며 강경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와 국제통신들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제한된 공격, 전면적 공격, 외과 수술식 공격, 물리적 공격 등 어떤 형태의 공격도 우리에 대한 전면전으로 간주해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으로 발언한 이 인사는 “이번 군사력 증강이 실제 충돌을 의도한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우리 군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최고 경계 태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5년 6월 이른바 ‘12일 전쟁’으로 불린 미·이란 간 충돌과 확연히 다른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폭격하자, 이란은 카타르 알우데이드(Al Udeid) 미군기지에 대해 탄도미사일 보복을 감행했지만, 사전에 카타르와 미국에 공격 사실을 통보해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되며 ‘관리된 보복’에 그쳤다.
위키피디아 및 미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2025년 6월 23일 단·중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 이상을 발사했고, 미·카타르 방공망이 최소 13발을 요격,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란이 “이번에는 어떠한 공격도 전면전으로 간주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향후 충돌 시 2025년과 같은 ‘약속 대련식’ 제한 보복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역내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안보 라인에서는 미 본토 대신 중동 내 미군기지, 이스라엘, 걸프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 해상 수송로에 대한 비대칭적 보복 옵션이 집중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4월 말까지 이란 피격 65%” vs “강압적 협상용 군사 시위”
워싱턴과 글로벌 리스크 분석기관들은 이번 군사력 증강이 실제 이란 타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두고 크게 갈라진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내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오는 4월 30일 이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65% 수준으로 본다”고 평가해 시장의 긴장을 키웠다. 유라시아그룹은 과거 중동 분쟁 국면에서 군사·에너지 리스크를 정량화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온 대표적 컨설팅 회사로, 이번에도 ‘고위험·중간 이상 확률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반면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전문가 모나 야쿠비언(Mona Yacoubian) 선임연구원은 “이번 군사력 증강은 군사 타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란으로부터 협상 전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개입을 겨냥해 ‘군사력·제재·외교’를 결합한 다층적 압박 전략을 구사해왔고, 실제 개전 여부는 이란의 추가 핵활동, 시위대 추가 유혈 진압, 역내 미군·동맹국 공격 여부 등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CSIS와 미국평화연구소(USIP) 등은 보고서와 브리핑에서 “이란은 미군이 본격 개입하지 않는 한 직접적 미·이란 전면전을 피하려 하겠지만, 미국이 실제 타격에 나설 경우 자국 내 강경파와 혁명수비대의 압력 때문에 보다 과감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는 2020년 솔레이마니 피격 이후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상대로 ‘예고된 보복’을 택했던 패턴과 비교해 이번에는 훨씬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과 오판 위험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유가·해상수송·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중동이 다시 벼랑 끝으로 치닫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실제 교전 발생 시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얼마까지 치솟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국제 에너지 기관(IEA)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공격, 걸프 산유국 생산시설 피격 등이 동시에 벌어질 경우 단기간 유가 급등폭이 20~30%를 넘었던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이란 인근 해역의 군사적 충돌은 곧장 수입선 다변화, 정유사 마진 압박, 무역수지 악화, 물가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2025년 알우데이드 기지 공격 직전에 나타났던 것처럼 동맹국 영공 통제, 민항기 경로 우회, 선박 보험료 급등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될 위험도 커진다.
현재로선 미 항모전단의 인도양 진입과 이란의 ‘전면전’ 경고가 곧바로 개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군사력을 동원한 초강도 강압 외교’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2025년 ‘12일 전쟁’에서 한 차례 군사적 레드라인을 건너본 미국과 이란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만큼, 양측의 발언 수위와 실무급 비공개 협의, 제3국의 중재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