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와의 장기 분쟁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말까지 1만5000대의 전투 로봇을 대거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례 없는 대규모 전투용 무인 지상차량(UGV) 생산 확대를 의미하며, 기존의 병력 의존도를 크게 완화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The Independent, Atlantic Council, Defense News, United24 Media, Forbes, TASS, Ukrainian World Congress, EuroMaidan Press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조달 담당 책임자 글립 카네브스키는 2024년 하반기 250만 달러 규모였던 로봇 시스템 계약 규모가 2025년 1분기에 1억5000만 달러로 수백배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계약 급증은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주도하는 생산 확장과 기술 고도화를 반영한다. 대표적 방산기업인 텐코어의 막심 바실렌코 이사는 "지난해 수백 대를 전선에 공급했고, 올해는 수천 대가 추가될 것"이라며 로봇 전술 운용이 급격히 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4년째 접어든 전쟁에서 심각한 인력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25만명 이상의 병사 탈영이 발생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매일 약 576명이 탈영하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됐다.
일부 전투 여단은 병력의 3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져, 전선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병력 충원은 월 1만7000~2만4000명 수준에 불과해 러시아가 월 3만명 이상 신규 병력을 모집하는 것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군 지휘부는 전투 로봇을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들어가기 너무 위험한 지역에서 병력을 보호하는 필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여 루바르트 여단 로봇 조종사인 '마이애미'는 "로봇과 드론이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우리 병사 한 명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투 로봇들은 탄약·식량 보급, 지뢰 탐색, 부상자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전상자 회수 분야에서는 부상자들이 수주간 전선에 방치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기대받고 있다.
다만 로봇 이동 속도가 시속 6킬로미터에 불과하고, 러시아군의 전자전 방해 전술로 인해 통신이 끊길 위험이 있어 "값비싼 고철 더미"로 전락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기체에 보호 철창을 용접하거나 지뢰 탐지 롤러를 부착하는 등 현장 맞춤형 개조를 계속 진행한다.
유럽 방산업체 ARX Robotics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AI 자율 주행 기능을 결합한 차세대 전투로봇 '컴뱃 게레온'을 개발, 소형화와 모듈화, 조작 간소화 등 현장 전투 요구에 맞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 협력도 우크라이나 전투 로봇 기술의 빠른 발전을 뒷받침한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이 분야 기술 우위를 러시아보다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장기전의 핵심"이라며 전투 로봇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력 고갈 위기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무인 전투 체계 확장을 통해 전선 유지와 병사 희생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중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