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AI(인공지능) 관련 특허, 논문, 인력 등 전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며, 독보적인 AI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에 이어 네이버와 LG도 AI와 관련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국내 기업들도 구글·MS 등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서는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개별 기업은 물론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정책지원 등이 절실한 실정이다.
1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국내 AI 관련 특허와 논문 실적 상위 191개 기업을 대상으로 AI 경쟁력을 종합 평가한 결과,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범국가적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AI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CEO스코어에서는 주요 기업의 ▲기술력(특허 피인용) ▲특허 활동(특허 등록 수) ▲학술 활동(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등재 수) ▲연구 영향력(논문 인용 수) ▲AI 기술인력 ▲AI 전공인력 등 총 6개 부문으로 나누어, 주요 기업의 AI 경쟁력 평가를 진행했다. 항목별 1위 기업의 수치를 100점으로 환산, 나머지 기업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 중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각 부문에서 600점 만점을 기록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특허 등록 1079건, 특허 피인용 1347회, 논문 등재 59건, 논문 인용 315회, AI 기술인력 5만872명, AI 전공인력 2만8058명 등 조사 대상 각 항목에서 최상위권의 성과를 기록했다.
2위는 국내 인터넷 대표기업인 네이버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논문 등재(25건)와 인용(247회) 등 학술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국내 최고 수준의 AI 연구 역량을 증명했다. 3위에 오른 LG는 특허(등록 400건, 피인용 529회)와 논문(19건) 모두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LG의 경우, LG그룹내 AI 연구를 총괄하는 LG AI연구원과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의 역량을 합산해 평가했다.
이들 세 기업의 뒤를 이어 K-게임 대표주자인 크래프톤를 비롯해 KT, 쿠팡, 현대차, 삼성SDS, SK텔레콤, 스트라드비젼 등이 AI 경쟁력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업종별 AI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해당 업종내에서도 AI 경쟁력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났다.
우선,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한 제조업 분야의 경우,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관련사업 전 부문에서 AI 기술투자 비중이 높아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AI 경쟁력을 선보였다. 이어 글로벌 가전 메이커인 LG가 특허, 논문 등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고, AI 기술 및 전공 인력 수에서도 각각 7958명, 3006명을 기록하며 2위를 기록했다.
또한 세계 3대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현대자동차는 특허 156건(피인용 82회)과 함께 세계 3대 AI 학회에 AI 관련 논문 1편을 등재하고, AI 기술 및 전공 인력은 각각 2609명, 779명으로 조사됐다.
인터넷·플랫폼 업종에서는 네이버가 독보적인 학술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AI 학회에 논문 25편을 등재하고 247회의 인용을 기록하며 업종 내 가장 높은 학술 성과를 보였다. 또한 AI 관련 특허는 204건을 등록했고, AI 기술인력 2113명, 전공인력 838명을 보유해 국내 최대 규모의 맨 파워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5434명에 달하는 방대한 AI 기술 인력을 확보하며 관련업종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AI 관련 논문은 4편(인용 13회)에 그쳐 연구 역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외에도 카카오가 특허 41건, 논문 1편, AI 기술인력 991명을 보유했지만, 네이버, 쿠팡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AI 신사업 발굴에 한창인 통신 3사중에서는 KT가 특허 80건(피인용 94회), 논문 3편(인용 58회) 등 각 항목에서 고른 성과를 보이며 선두를 차지했다. 또한 SK텔레콤은 특허 등록( 101건)과 AI 기술 인력(1358명), AI 전공 인력(508명) 항목에서 KT에 앞섰으나, 세계 3대 학회 등재 논문은 없었다. LG유플러스는 특허 45건(피인용 14회)과 논문 1편으로, 경쟁사인 SKT·KT와 비교해 AI 경쟁력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SW·IT 업종에서는 삼성SDS가 4572명의 두터운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고, AI 운영 자동화 스타트업 딥오토는 글로벌 학회에 등재한 논문 2건이 36회 인용되면서 학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이외에도 AI 영상 인식 SW 스타트업인 스트라드비젼은 특허 145건(피인용 68회)을 등록하며 기술력을 검증 받았다.
AI 투자가 한창인 국내 게임 업체중에서는 크래프톤이 논문 12편(인용 64회)을 등재하며 업계 내 독보적인 연구 역량을 증명했고, 엔씨소프트도 특허 19건(피인용 21회)으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서는 루닛(특허 54건·피인용 57회)과 뷰노(특허 59건·피인용 80회)가 특허 경쟁력을 주도했고, 에이아이트릭스는 논문 10편(인용 2회)을 등재하며 학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특히 루닛은 AI 기술·전공인력 규모가 650명 수준으로 바이오 업계에서 AI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는 특허 41건(피인용 19회)과 373명의 기술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력 및 전문인력 확보에 큰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AI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등재수를 조사한 결과, 알파벳(구글)이 820건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414건), 메타(385건), 아마존(273건) 등 미국 빅테크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59건·12위), 네이버(25건·30위), LG(19건· 40위) 등 3개사만이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논문 인용 수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삼성전자(39위)와 네이버(47위)만이 세계 50위권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