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세계 3위 D램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한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PR 에이전시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별도 생산기지조차 없는 한국에서 독립된 홍보·소통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홍보 대행이 아니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차세대 메모리 패권 경쟁의 전면전에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매체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한국 내 언론 대응과 투자자,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복수의 국내 PR 에이전시와 미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에 별도 생산라인이 없음에도 비용 부담이 큰 상시 홍보 창구를 두는 것은, 단순 시장 설명 차원을 넘어 한국을 전략적 여론 시장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다.
특히 마이크론은 이미 링크드인(LinkedIn) 등 글로벌 채용 플랫폼을 통한 한국인 엔지니어 모집을 확대하고, 국내 대학과 연계한 채용 설명회도 진행하는 등 ‘PR–채용–브랜드’ 삼각 고리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가 글로벌 DRAM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도 속에서, 마이크론은 기술·가격 경쟁을 넘어 인재 확보와 여론 지형까지 겨냥한 종합 포지셔닝 싸움에 나선 셈이다.
이번 행보의 배경에는 마이크론의 HBM 사업 모멘텀이 자리한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차세대 ‘Vera Rubin(베라 루빈)’ 플랫폼을 겨냥한 HBM4(6세대) 양산·출하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2026년까지의 HBM 생산 캡이 사실상 ‘완판’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해 왔다.
마이크론은 올해 HBM4 생산능력을 웨이퍼 기준 월 1만5000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체 HBM 캐파(월 5만5000장 추산)의 약 30%를 HBM4에 할당하는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고부가 메모리 확장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금융·증권 전문 매체와 국내 증권 분석 기사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2024년 4분기 매출은 약 113억5000만달러(약 16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약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가 HBM 제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사이클 반등과 AI 서버 수요가 겹치면서, 마이크론의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DRAM과 HBM 양 시장에서의 ‘세력 균형’도 미묘하게 재편되는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025년 3분기 전세계 DRA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매출액 기준 35% 안팎의 점유율로 3분기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30%대 중반 수준에서 격차를 좁히고 있고, 마이크론은 20%대 중반 점유율로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BM4 전망은 더 극적이다. 증권가 리포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HBM4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18%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2025년 HBM 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60.8%, 삼성전자 17.2%, 마이크론 22.0%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마이크론이 후발 주자임에도 20%대 초반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DRAM에서는 ‘3위’지만 HBM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좁히거나, 일부 분기에는 앞서는 구간도 포착된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처럼 기술·수치 면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한국 내 마이크론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한국 PR 에이전시 물색을 “글로벌 3강으로서의 위상 재정립”이자, “국내 투자자와 엔지니어, 정책당국을 향한 메시지 채널 구축”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E 5세대 제품을 공급 중이며, HBM4 대응에서도 캐파·원가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리서치에서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초기 생산 물량에서 HBM4 공급 우선권이 SK하이닉스(70%), 삼성전자(30%)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며, 마이크론으로서는 기술·가격 외에 ‘신뢰와 브랜드’ 변수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결국 한국 내 PR 창구 구축은 엔비디아·빅테크와의 파트너십 협상에서 “삼성·SK와 동급의 글로벌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마이크론의 한국 PR 에이전시 선정은 삼성·SK의 안방에서의 도전장을 넘어, HBM 중심으로 재편되는 메모리 패권 경쟁의 무대를 ‘기술–인재–여론’ 삼각 전선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면서 "DRAM 점유율 3위라는 숫자 뒤에 숨지 않고, 한국을 향해 스스로를 ‘글로벌 3강’으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만큼,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응 수위와 국내 인재·투자자들의 선택이 메모리 3강 판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