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혼인에서 과거에는 정·관계와 사돈을 맺는 ‘정략결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재계 및 일반인과 혼맥을 잇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혼맥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수단에서 벗어나, 서로를 잘 이해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이전에는 총수일가의 24.2%가 정·관계와 혼맥을 형성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7.4%로 급감했다. 반면, 2000년 이전 39.2%를 차지했던 재계 집안 간 혼맥은 2000년 이후에는 48.0%로 확대됐고, 연예인을 포함한 일반 가계와의 혼맥도 24.6%에서 31.4%로 늘었다.
11월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2025년 지정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 81곳의 총수일가 중 혼맥 분류가 가능한 380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2세는 정·관계 혼맥 비중이 24.1%에 달했지만 오너 3세는 14.1%, 오너 4~5세는 6.9%로 크게 감소했다.
오너 2세 중 정·관계와 새로운 혼맥을 맺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HD현대, LS, SK를 들 수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고(故)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딸인 김영명 씨와 결혼했고,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은 고 이재전 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의 딸인 이현주 씨와 결혼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1988년 결혼했으나, 세기의 이혼 소송 끝에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이혼이 확정됐다.

정·관계 혼맥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기업 간 혼맥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오너 2세의 재계 집안 간 혼맥 비중이 34.5%에 달했지만, 오너 3세는 47.9%, 4~5세는 46.5%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기업총수 집안과 일반 집안과의 혼맥 비중도 오너 2세 29.3%, 3세 23.3%, 4~5세 3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CJ 오너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아나운서인 이다희 씨와 결혼했고, 현대자동차 4세인 선아영 씨(정성이 이노션 고문 자녀)는 배우 길용우 씨 아들과 혼인했다. 또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자녀 정유미 씨는 일반인과, 정준 씨는 세계적 프로골프선수 리디아 고와 결혼했다.
이처럼 대기업 혼맥도가 크게 변화한 것은, 과거에는 정·관계와 혼맥을 맺는 것이 사업에 큰 보탬이 됐지만, 최근에는 정치권과 연을 맺는 게 더 큰 감시와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향은 조사 대상 380명 중 결혼 시기가 확인된 361명을 대상으로 2000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2000년 이전 재계의 정·관계 혼맥 비중은 24.2%(58명)였는데, 2000년 이후에는 7.4%(9명)로 3분의 2나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재계 간 혼맥은 39.2%(94명)에서 48.0%(58명)로 8.8%포인트 증가했고, 일반인과의 혼맥도 24.6%(59명)에서 31.4%(38명)로 6.8%포인트 늘었다.

그룹 간 혼맥 연결도를 보면, LS그룹이 가장 많은 7개 대기업과 혼맥을 맺고 있었다. LS와 혼맥으로 연결된 그룹은 두산, 현대자동차, OCI, BGF, 삼표, 사조, 범(汎)동국제강(KISCO홀딩스) 등이다.
이어 LG와 GS가 각각 4개 그룹과 연결됐다. LG는 DL, 삼성, GS, 두산과 혼맥을 형성했고, GS는 LG, 삼표, 중앙, 태광과 이어졌다. 특히 GS는 범GS 계열로 확장하면 금호석유화학, 세아와도 연결된다.
현대자동차, 태광, BGF, 삼표 등은 각각 3개 그룹과 혼맥을 맺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LS, 삼표, 애경과 혼맥으로 연결됐고, 태광도 범롯데(산사스식품), GS, 동국제강과 혼맥을 맺고 있다. BGF는 아모레퍼시픽, LS, 삼성과, 삼표는 GS, LS, 현대자동차와 각각 혼맥으로 얽혔다.
이외에도 농심, 한진, 두산, 코오롱, OCI, 세아,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은 2개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졌다. 이중 농심은 아모레퍼시픽, BGF와 연결됐고, 한진은 故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형제인 故조수호(전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씨를 통해 롯데, LG와 간접적으로 얽혔다.
이번 조사는 언론 보도 등 공개 자료를 토대로 창업주 일가의 이혼을 포함한 결혼 정보를 수집해 혼맥 유형을 분류한 것이다. 독립경영으로 계열분리를 완료한 세대의 자녀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혼인 및 배우자 집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와 창업세대(1세대)의 혼인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