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의 임원 인사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2026년 6월말 기준)까지 공식적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 경영진만 해도 126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CEO급 대표이사(代表理事)도 6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중에서는 카카오 그룹에서 100명이 넘는 사내 등기이사가 내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차, LG 주요 4대 그룹에서도 대표이사급 최고경영자 100여 명이 연임과 퇴임이라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이사 김혜양)가 ‘국내 30대 그룹 2026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 앞둔 사내이사 현황’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10월 1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대기업 집단 중 자산 순위 상위 30개 그룹이고, 그룹 내 전체 계열사(상장사 및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등기임원에 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사내이사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으로 미등기임원과 달리 등기임원에 해당하는 핵심 경영진에 속한다.
이번 조사에서 사내이사의 임기만료 시점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6월 말 사이로 제한했고, 동일인이 2개 이상의 등기임원을 겸임하고 있을 경우에는 별도 인원으로 파악해 산정했다. 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명시된 공정위 공시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 국내 30대 그룹에서 향후 내년 상반기까지 공식적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사내이사는 126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올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연임, 자리 이동, 퇴임이라는 세 가지 인사 카드 중 한 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30대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1260명이 넘는 사내이사 중에서도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CEO급 경영자만 해도 596명(47%)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몇 명이 연임에 성공할지 혹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퇴임할지도 조만간 결정된다. 임기만료를 앞둔 600명에 가까운 대표이사의 거취에 따라 2026년 미등기임원에 대한 인사 태풍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조만간 단행될 2026년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삼성과 SK를 포함한 4대 그룹의 인사 변동 여부다. 이들 4개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사내이사 인원만 총 220명이고, 이 중 107명은 대표이사 타이틀을 가진 경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이 99명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 수가 가장 많은데, 이 중 47명은 대표이사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삼성 48명(대표이사 21명) ▲LG 39명(20명) ▲현대차 34명(19명) 순으로 파악됐다.
4대 그룹 중에서도 자산순위 1위 기업인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정해린 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임존종보(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이 내년 3월까지가 공식 임기 만료 시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964년생인 정해린 사장은 지난 2023년 1월부터는 삼성웰스토리에서, 2023년 3월부터는 삼성물산에서 각각 대표이사를 맡기 시작해 지금까지 CEO로 활동 중이다. 정 사장의 경우 올 연말 인사에서 삼성웰스토리와 삼성물산 두 곳에서 모두 연임을 할 수 있을에 촉각이 모아진다. 1960년생으로 삼성에서 몇 안 되는 부회장급 인사인 최성안 부회장은 지난 2023년 3월부터 삼성중공업에서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내년 3월까지 임기만료 시점이어서 올 연말 인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965년생인 남궁홍 사장은 2023년 1월부터 CEO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공시 자료에 따르면 회사 재직경력만 30년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1961년생인 존림 사장은 지난 2020년 3월에 사내이사로 첫 진입한 후, 같은 해 12월부터 대표이사직에 올라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끌어오고 있다. 올 연말 인사에서 존림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선임에 성공할지를 놓고 삼성 그룹 내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삼성 계열사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임기만료되는 사내이사보다 누가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것인지가 더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그룹 총수인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에 임기만료로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와 현재까지 미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렇다 보니 이 회장이 다시 사내이사로 복귀할지 여부를 놓고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이사회 멤버인 노태문 사장과 송재혁 사장이 대표이사 타이틀을 달 것인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SK그룹 계열사 중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종료되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에는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김철·안재현 SK케미칼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내년 3월까지가 공식 사내이사 임기만료 시점이어서 퇴임 혹은 연임을 새로 결정해야 한다.
이 중 1963년생 장동현 대표이사는 SK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이어서 이번 연말 인사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1961년생인 김철 사장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SK케미칼 수장을 맡으며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는 장수 CEO 중 한 명이다. 김철 사장의 경우 한 회사에서 대표이사 경력만 10년을 채울 수 있을 지도 주목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현대차 그룹 중에서는 ▲무뇨스 바르셀로 호세 안토니오(호세 무뉴스) 현대자동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등도 내년 정기주주 총회 이전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올 연말 인사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이 중 1961년생인 이용배 대표이사는 지난 2020년 3월에 처음 대표이사를 맡아 2023년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지금까지 현대로템 대표이사를 이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서 외국인 1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25년 1월에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데,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여서 연임 여부를 재결정해야 한다.
LG그룹에서는 현신균 엘지씨엔에스 사장과 이정애 LG생활건강 전(前) 사장 등이 내년 3월에 공식 임기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었다. 이 중 여성 CEO로 주목을 받았던 이정애 대표이사는 조기 퇴장하고 그 자리를 로레알 출신의 외부 영입 인사인 이선주 사장이 최근 CEO로 선임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사내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카카오그룹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그룹의 계열사가 100여 곳 되다 보니,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 숫자만 해도 101명으로 조사 대상 그룹 중 최다였다. 이들 101명 중 71명은 대표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표이사급 경영자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 ▲장철혁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이 속했다. 이들은 내년 3월 중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연임이 결정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여성 CEO로 지난 2024년 4월부터 카카오 수장을 맡고 있는 정신아 대표이사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다. 최근 카카오 그룹은 최근 계열사 숫자를 기존보다 30% 축소된 80여 개로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어, 2026년에 임기만료되는 사내이사 숫자는 올해 조사 때보다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 그룹과 4대 그룹을 제외하면 ▲롯데 95명(대표이사 40명) ▲한화 90명(41명) ▲포스코 78명(39명) ▲LS 64명(24명) ▲GS 61명(39명) ▲SM 58명(21명) ▲농협 57명(29명) ▲네이버 49명(12명) ▲KT 42명(39명) 순으로 내년 상반기에 그룹 내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쇼핑의 김사무엘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사장이 내년 3월까지가 임기 만료인데, 김사무엘상현 부회장의 경우 3연임에 성공할지 아니면 퇴임할 것인지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슈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에서는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 중 공식적인 임기가 끝나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거나 퇴임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참고로 한화 그룹은 지난 8월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신세계 그룹도 추석 전에 정기 임원 인사를 서둘러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보다 2주에서 한 달 정도 임원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이사는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가 있어 기업의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다”며 “2026년 내년에는 AI 트렌드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면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CEO도 경영능력을 잘 실현시킬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