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파나마 운하 경매 급행료가 400만 달러(약 59억원)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해운사들의 노선·선대 구조에 따라 손익이 얼마나 출렁일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주 컨테이너 노선에 파나마 의존도가 높은 HMM(옛 현대상선)과,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위주의 KSS해운은 같은 운하 병목이라도 타격의 양상과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HMM, 미동안 컨테이너 요금·할증으로 비용 전가 가능
HMM은 1만~1만4,000TEU급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으로 미 동부·걸프를 잇는 파나마 경유 노선을 운영해 왔다. 2020년 HMM의 1만3,992TEU급 ‘현대 호프(Hyundai Hope)’호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미국 동안 EC2 노선에 투입된 이후, 파나마 루트는 HMM 미동안 서비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는 아시아–미국 동부항로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선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관문으로, 통상 하루 35~40척, 연간 1만3,000~1만4,000척 수준의 선박이 통과한다.
2023년 가뭄 당시 파나마 운하 혼잡으로 HMM은 미동안 노선에 컨테이너당 약 260달러 수준의 파나마 운하 할증료를 부과했다. 미동안향 평균 1만3,000TEU급 선박 한 척당 약 3,380만 달러(260달러×1만3,000TEU)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운하 병목이 장기화되면 HMM은 일정 부분 비용을 화주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통해 손익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물론 급행 경매에 직접 참여해 4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단일 항차당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고정 스케줄 유지와 화주 신뢰를 위해 일부 항차에서 공격적으로 급행 슬롯을 사들이고, 나머지는 대기·우회로 분산하는 ‘혼합 전략’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수치로 단순화하면, 1회 항차 기준 파나마 급행료 400만 달러는 컨테이너 1만3,000TEU 적재 시 TEU당 약 308달러에 해당한다(400만 달러÷1만3,000TEU). 이는 앞서 가뭄기 때 부과한 파나마 할증(TEU당 260달러 내외)에 비해 높지만, 미동안–동북아 왕복 운임(TEU당 수천 달러)이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는 화주가 일정 부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HMM의 파나마 병목 손익 민감도는 “운하 리스크를 얼마나 운임·할증으로 전가할 수 있느냐”에 좌우되며, 노선별 화주 구성과 장기운송계약(CTA) 구조가 핵심 변수가 된다.
KSS해운, VLGC는 파나마에 묶이지만 ‘선형 설계’로 리스크 분산
KSS해운의 경우 구조가 다르다. KSS해운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중형 가스선(MGC) 위주의 특화 선사를 표방하며, 2023년 기준 자가 보유·운용 선박 31척(이 중 VLGC 14척, MGC 4척)을 중심으로 장기 운송계약을 확보해 왔다.
회사 측 IR자료에 따르면, KSS해운이 보유한 VLGC 중 7척은 ‘Old Panamax’급으로 구(舊) 파나마 운하 통항이 가능해, 확장 운하 슬롯 배정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최근 투입한 8만4,000CBM급 VLGC는 신·구 파나마 운하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선형에, 벙커C유·LPG·메탄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을 갖춰 연료비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스선은 컨테이너선보다 운임 전가 여지가 제한적이다. LPG·암모니아·에틸렌 등 장기운송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차터러(화주)가 운하 통행료·급행료를 부담하는지, 선사가 부담하는지 계약 구조에 따라 손익 민감도가 달라진다. KSS해운의 IR 문서에는 파나마 운하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계량한 수치는 공개돼 있지 않지만, “Old Panamax 7척 보유로 슬롯 리스크 최소화”라는 대목에서 회사가 선형 설계 단계에서부터 운하 병목을 헤지하려 했음을 읽을 수 있다.
단순 추정하면, VLGC 한 척이 8만CBM급 LPG를 싣고 운항할 때, 파나마 급행료 400만 달러를 온전히 떠안을 경우 CBM당 약 50달러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400만 달러÷8만CBM). 톤당 환산 시 LPG 가격과 운임 수준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부담으로, 장기계약에서 급행료가 선사 부담이라면 항차 수익성이 한 번에 크게 잠식될 수 있는 구조다.
KSS해운처럼 파나마 통과 가능 선형을 다수 보유한 회사는, 슬롯 리스크를 회피하는 대신 대기시간을 감수하거나, 미리 슬롯을 예약해 병목을 완화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KSS해운의 손익 민감도는 “급행료를 쓰느냐 마느냐”보다 “슬롯 확보 실패로 항차가 지연될 때 장기운송계약 상 지연 패널티와 연료비·운항비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운하, 다른 민감도…‘노선·선형·계약’ 3박자가 갈랐다
파나마 운하 병목은 HMM과 KSS해운 모두에게 비용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그 민감도와 방어 수단은 극명하게 다르다. HMM은 대형 컨테이너선 기반 미동안 노선에서 파나마 의존도가 높지만, TEU당 할증이라는 형태로 비용을 화주에게 분산시킬 수 있는 반면, KSS해운은 특정 화물·장기계약 기반이라 급행료·지연비용이 곧장 항차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반대로 KSS해운은 구·신 파나마 운하를 모두 통과 가능한 선형을 다수 보유해 슬롯 배정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춰 놓았다는 점에서, HMM보다 ‘물리적 병목’에는 더 강한 체질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해운물류업계 전문가는 "파나마 병목이 장기화할수록 투자자와 업계가 봐야 할 포인트는 단순한 파나마 노선 보유 여부가 아니라, 각 회사의 노선·선형·운송계약 구조가 운하 리스크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HMM과 KSS해운은 그 대비되는 사례로서, 한국 해운업의 ‘운하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