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대기업들의 CEO 인사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 내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은 3%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계열사 중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포스코홀딩스가 유일했다.
CEO후보 추천위원회는 경영 승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심사·선정·추천하는 이사회 산하 상설 기구다. 외부 영향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주로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회사의 경영 승계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이다.
2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3년과 2024년 비교 가능한 372개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을 전수분석한 결과, CEO후보추천위회를 설치·운영하는 기업은 3.8%인 14곳에 불과했다. 10대 그룹 계열사 중에선 포스코홀딩스가 유일했으며,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사에서는 이 위원회를 단 한 곳도 운영하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 아시아나항공, 풀무원, 한샘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은 모두 금융기업이었다. KB금융, 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라이프생명보험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와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전북은행 등이 해당된다. 이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해당 위원회에서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구조적 영향에 따른 결과다.
이밖에 KT&G를 비롯한 보험·증권·은행·여신금융업계 61곳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보상위원회를 통해 CEO 추천과 유사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지만, 기업 이사회의 전체 전문위원회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이사회는 평균 3.6개의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었으며, 이는 2023년 3.4개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위원회가 전혀 없는 기업은 지난해 46개로, 2023년의 51개에서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전문위원회 설치가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가장 많이 설치·운영되는 것은 감사위원회로, 전체의 81.2%인 302개 기업에서 두고 있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상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2차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2명까지 늘리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감사위원 수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많은 위원회는 ESG위원회로, 57%에 해당하는 212개 기업이 운영 중이었다. 2020년 도입돼 2021년부터 본격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5년차에 접어들었으나 국내 500대 기업 중 ESG위원회를 설치한 비중은 2021년 44.5%, 2022년 48.5%, 2023년 53.7%로 최근에야 절반을 갓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설치율 편차가 컸다. 식음료, 조선기계, 상사, 통신은 80% 이상 ESG위원회가 있지만 여신금융, 철강은 30% 이하에 그쳤다.
세 번째로 많은 위원회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였다. 전체의 55.1%인 205개 기업이 설치·운영 중으로, 2023년(53.9%)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식음료, 조선기계, 운송, 2차전지, 통신 기업들의 80% 이상이 이 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은행, 보험, 증권의 설치율은 20% 이하였다.
보상위원회는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180개 기업(48.4%)이 운영 중이었으며, 이어 내부거래위원회 29.3%, 위험관리위원회 21.2%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