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드라마 속 대기업에 다니는 김낙수 부장이 현실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내 100대 기업에 다니는 일반 직원이 임원 명함을 새길 확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나 올해는 작년보다 임원 문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0대 기업 직원 119명당 1명꼴로 임원으로 활약했다면, 올해는 122.5명당 1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임원으로 오를 수 있는 산술적 확률도 작년 0.84%에서 올해 0.82%로 더 낮아졌다.
단일 기업으로 최다 임원을 보유한 삼성전자도 지난 2014년 이후 일반 직원이 임원까지 오를 가능성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또 100대 기업 중 ‘KB금융’은 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했다. 업종 중에서는 증권업은 타업종 대비 임원에 오를 가능성이 비교적 높았지만, 유통업에서 임원 되기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25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사는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2024년 별도 기준)을 대상으로 직원과 임원수를 비교 조사했다. 조사 대상 임원은 사내 및 사외이사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이하 임원)으로 한정해 이뤄졌다. 전체 직원 수는 반기보고서에 명시된 인원을 기준으로 했는데, 직원에는 미등기임원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86만10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간 파악된 84만9406명보다 1만1670명(1.4%↑) 늘어난 숫자다. 이와 달리 미등기임원은 작년 7135명에서 올해 7028명으로 감소했다. 1년 새 임원 자리는 107곳(1.5%↓) 사라졌다. 직원은 늘고 임원 자리는 줄다 보니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중 임원은 올해 122.5대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1명 당 직원 수는 2011년 105.2명→2015년 106.8명→2018년 124.5명→2019년 128.3명→2020년 128.8명→2021년 131.7명→2022년 120.9명→2023년 119.8명→2024년 119명으로 변동됐다. 올해는 지난 2023년 이후 다시 120명대로 높아졌다.
올해 100대 기업 직원 중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82%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술적인 확률로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오를 가능성은 1%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2011년 당시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0.95% 정도였다. 이후 2015년(0.94%)→2018년(0.8%)→2019년(0.78%)→2020년(0.78%)→2021년(0.76%)까지 내려갔다. 임원 승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던 상황이 이어졌던 것.
그러다 2022년(0.82%)에 다시 0.8%대 수준을 보였고, 2023년(0.83%)과 2024년(0.84%)에도 0.8%대 수준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치열해진 임원 등용문이 올해는 작년보다 미세하게 더 좁아진 모양새다. 대기업에서 임원 타이틀을 달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100대 기업 중에서도 회사별로 임원 승진 가능성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KB금융’은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6.2명으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임원 자리에 오를 기회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앞서 회사의 경우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는 142명인데 미등기임원은 2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이 임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산술적 확률도 16.2% 정도로 100대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지주사의 특성상 계열사 등에서 임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코퍼레이션도 직원 13.4명(7.45%)당 임원 1명 수준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이외 ▲키움증권(20.2명, 4.95%) ▲LX인터내셔널(21.2명, 4.72%) ▲SK가스(25.3명, 3.96%) ▲미래에셋증권(25.4명, 3.93%) ▲미래에셋생명(26.2명, 3.81%) ▲삼천리(28.1명, 3.56%) 순으로 직원 30명 미만 당 임원 1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미등기임원 숫자가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기업은행’이 임원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편에 속했다.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전체 직원 수는 1만 3532명인데 미등기임원은 12명으로 직원 1127.7명당 임원 1명꼴로 나타났다. 일반 행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산술적 가능성은 0.09% 수준으로 0.1%에도 못 미쳤다.
국내 대표적인 유통 업체 중 한 곳인 이마트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2만3660명인데 미등기임원은 31명으로, 직원 763.2명 당 임원 1명꼴이었다. 산술적인 임원 승진 확률은 0.13% 정도다. 이외 ▲삼성중공업(316.9명) ▲LG디스플레이(313.2명)도 300명이 넘는 직원 중 1명 정도만 임원 반열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도 임원 한 명당 관리하는 직원 수도 큰 편차를 보였다. 증권업에 포함된 회사들은 올해 직원 38.9명당 1명꼴로 임원 자리에 비교적 많이 올라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무역(53.7명) ▲보험(75.8명) ▲석유화학(76.1명) ▲식품(97.3명) ▲건설(98.1명) 업종 등도 직원 100명 미만 중에서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유통 분야는 직원 330.5명당 한 명 정도만 임원 명패를 단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장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다소 낮았다. 이외 ▲에너지(188.2명) ▲조선중공업(166.2명) ▲자동차(147.1명) ▲운송(140.3명) ▲전자(136.6명) ▲금속철강(114.7명) ▲정보통신(102.5명) 업종 등은 산술적인 임원 승진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을 넘었다.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4大 기업의 임원 1명당 직원 수도 달랐다. 미등기임원이 많은 기업 순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작년 110.3명→올해 117명) ▲현대자동차(143명→151.6명) ▲LG전자(116.1명→116.2명) ▲SK하이닉스(163.9명→165.6명)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4대 기업 모두 올해 임원으로 진입하는 문턱이 지난해 대비 모두 소폭 높아졌다.

올해 100대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 숫자가 가장 많았다.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올해 파악된 미등기임원은 1107명. 여기에 사내이사 3명까지 합치면 전체 임원(사외이사 제외)은 111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등기임원 1명 당 직원 숫자는 2014년(80.7명)→2015년(83.3명)→2016년(89.8명)→2017년(94명)→2018년(97.4명)까지는 직원 100명 미만이었다.
그러다 2019년 100.1명을 시작으로 2020년(101.7명)→2021년(106.2명)→2022년(107명)→2023년(107.7명)→2024년(110.3명)에는 100명을 상회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아진 117명으로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 확률도 지난 2014년 1.24%에서 올해는 0.8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임원 반열까지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대교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을 50대 중반 직장인으로 가정하면, 실제 현실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더라도 3년 내 퇴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년 65세 연장이 현실로 이어지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지금보다 더 축소하고, 핵심 직무 중심의 인력구조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직원도 임원 승진 경쟁보다는 전문 분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장기 생존 전략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