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AI가 미국 내 수십 개 직업군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5년 발표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MS 연구진은 2024년 9개월간 자사 코파일럿 챗봇과 20만건이 넘는 실제 사용자 대화를 분석, 직업별 AI 적용 가능성(AI Applicability Score)을 산출했다.
그 결과 통역사와 번역가, 역사가, 승객 안내원, 영업 대표, 작가·저자, 고객 서비스 담당자, CNC 프로그래머, 방송 아나운서 등이 가장 위협받는 직종 상위권을 기록했다.
1위는 통역사·번역가 0.49, 2위는 역사가 0.48, 3위는 승객 안내원 0.47, 4위는 영업직군 0.46, 5위는 작가·저자 0.45로 나타났다. AI 적용 점수는 1에 가까울수록 자동화 위험이 높다는 설명이다.
6위~10위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 CNC 공구 프로그래머(컴퓨터 수치 제어(Computer Numerical Control, CNC) 기계가 원자재를 정밀하게 가공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전문가), 전화 교환원, 티켓 판매원, 방송 아나운서으로 조사됐다.
지식 노동자, AI 타깃의 중심에
연구 결과 AI가 가장 잘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은 정보수집, 글쓰기,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컴퓨터 책상에서 일하는 직군이었다. 역설적으로 고학력(학사 이상)·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오히려 AI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는 5년 내 초급 화이트칼라 직업 5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앤트로픽(Anthropic) 다리오 아모데이 CEO 등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육체노동, AI 공격의 사각지대
반면 육체노동과 현장성이 절대적인 업종은 AI의 위협에서 확연히 자유롭다. 점수 하위권에는 준설기 조작원, 교량·수문 관리자, 정수장 운영자, 주조공, 철도 유지보수 장비 운용자, 간호조무사, 마사지 치료사, 채혈사 등이 포함됐다.
즉, AI 챗봇이 통역은 할 수 있어도 강을 준설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손길, 실시간 판단, 물리적 조작이 요구되는 직업군은 자동화 가능성이 미미했다.

실제 사용 데이터 기반, 더 현실적인 ‘AI 타격 매트릭스’
이번 연구의 독특한 점은 전문가 추정을 뛰어넘어 실제 코파일럿 대화 데이터(20만건 이상)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평가(엄지 위/아래)를 남기고, 이를 통해 직업별 성공률과 적용 범위를 수치로 산출했다.
연구진은 ‘AI 점수가 높다 = 반드시 실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TM이 도입된 후 은행원이 오히려 고객 관계 업무 중심으로 늘어난 전례처럼, AI는 단순 업무 자동화 이상으로 직무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에 주목했다.
이미 시작된 변화…기업의 대량 해고와 AI 투자
이런 변화는 실제 시장에서도 가시화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상반기에만 1만5000여명(전체의 4%)을 감원, 이 중 40% 이상은 AI 도입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AI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내 코드의 20~30%를 직접 작성하고 있다. ‘AI로 인한 해고’ 내역은 대형 IT기업(Microsoft, Google, Meta 등)에서 잇따르는 대규모 인력감축 보도와도 맞물린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은 “AI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일자리에서 이미 인간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완전한 자동화가 모든 직업의 소멸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즉 AI 혁명은 예상을 뛰어넘어 지식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다. 꿈처럼 들리던 ‘정보 일자리 자동화’가 이미 현실로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육체적 노동·현장성·인간 고유의 신체성이나 감정 노동이 강조되는 분야는 AI로 대체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다.
향후 인간과 AI의 공존 방식은, 단순 경쟁이 아닌 ‘보완과 재창조’의 노력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