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기업의 자기주식(이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3개월 동안 주요 대기업 중 60여 개가 4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및 처리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수치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후 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3개월 간 자사주 소각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보통주 기준)이 크게 줄어든 기업은 삼천리, 사람인, DB손해보험, 삼성물산, 넷마블 등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자사주 비율이 늘어난 기업은 현대지에프홀딩스, 크래프톤, SM Life Design, 하이브, 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3월 말 현재, 자사주 보유 비율이 20% 이상으로 높은 상장사는 SK, 태광산업, 롯데지주, 푸른저축은행, 미래에셋생명 등이 꼽혔다.
또한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기업 총수 일가의 기업 지배력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곳은 태광이었고, 이어 SK, 대신증권, 동양, 미래에셋증권, KCC 등도 지배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이후 지배력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4월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2025년 지정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 및 상장 계열사가 있는 73곳(계열사 339곳)을 대상으로,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규모와 이에 따른 지배력 변화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상장사 339곳 중 2026년 1~3월까지 3개월 간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총 60곳이며, 소각 규모는 총 42조52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기업이 54곳, 소각 규모가 총 13조285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소각 기업은 6곳(11.1%), 소각 규모는 29조2357억원(220.1%)이나 증가한 것이다. 다만, 소각 금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여서, 올해 주가 상승에 따른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14조8994억원)였고, 이어 SK하이닉스(12조2400억원), SK(4조8343억원), 삼성물산(2조326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7조1394억원으로, 올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63.8%에 달했다.
또한 3월 말 기준 대기업집단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 비율(보통주 기준)이 가장 높은 곳은 SK로, 보유 비율이 24.80%에 달했다. SK는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한 보통주 4.54%(328만8098주)를 제외한 잔여 자사주 전량(보통주 1469만2601주 및 우선주 1787주)을 오는 2027년 1월까지 소각키로 결정한 바 있다.
SK에 이어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은 ▲태광산업(24.41%) ▲롯데지주(23.69%) ▲푸른저축은행(22.31%) ▲미래에셋생명(21.83%) ▲대신증권(21.81%) ▲미래에셋증권(21.62%) ▲동양(20.48%) ▲티와이홀딩스(19.88%) ▲HDC현대EP(18.81%) 순이다.
특히 최근 3개월 새 자사주 보유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삼천리로 나타났다. 삼천리는 올해 자사주 소각에 따라 전체 주식에서 자사주 보유 비율이 15.56%에서 5.59%로 9.97%p나 감소했다. 이외에 사람인(8.16%p↓), DB손해보험(5.18%p↓), 삼성물산(4.59%p↓), 넷마블(4.55%p↓) 등도 자사주 소각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사주 보유 비율이 증가한 기업도 있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해당 기간 299만1682주(1.92%, 441억원)를 취득했다. 이외에 크래프톤(1.73%p↑), SM Life Design(1.26%p↑), 하이브(1.22%p↑), HDC현대산업개발(1.01%p↑) 등도 자사주 보유 비율이 3개월 사이 소폭 늘었다.

자사주를 계획대로 소각할 경우, 지배력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조사됐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소각 전 지배력이 78.94%에서 소각 후 54.53%로 24.41%p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도 지배력이 18.57%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에 이어 SK도 자사주 소각 후 지배력이 50.21%에서 31.87%로 18.34%p나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는 자사주 24.80% 중 20.3%를 2027년 1월까지 소각할 예정이며, 나머지 4.5%는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해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자사주 소각 시 지배력이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대신증권(-18.30%p) ▲동양(-17.00%p) ▲미래에셋증권(-12.77%p) ▲KCC(-11.98%p) ▲티와이홀딩스(-11.53%p) ▲두산(-10.34%p) ▲현대해상(-9.95%p) 등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이후, 기업 총수의 지배력(최대주주 지분율)이 20% 미만이 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부광약품, 호텔신라, 한솔케미칼, NAVER 등 5곳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 말 기준 지배력이 21.91%(자사주 2.21%, 최대주주 19.71%)에 달했지만, 4월 초 자사주 1.24%를 소각한 후 지배력이 19.95%로 낮아지면서, 사실상 2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주식 소각 후 남은 자사주를 2027년 정기주총일 전까지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또한 자사주 처리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일부는 자사주 전량을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해서, 자사주를 보유 또는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자사주 1% 이상 보유 기업 중 전량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계획인 기업은 ▲KCC건설(6.80%) ▲한솔케미칼(4.11%) ▲넵튠(3.87%) ▲KG스틸(3.23%) ▲오리콤(1.90%) ▲AK홀딩스(1.53%) ▲하이브(1.49%) ▲한화솔루션(1.42%) ▲코오롱글로벌(1.29%) ▲한화시스템(1.02%) 등이다.
또한 보유중인 자사주를 모두 ‘경영상 목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은 태광그룹 대표회사인 태광산업과 산하 계열사인 대한화섬 등 2곳뿐이다. 이들 기업은 향후 인수합병(M&A), 시설투자, 신기술 도입 등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태광산업은 지난해 6월, 보유 중인 자사주 24.41%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과 법적 분쟁 끝에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말 기준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 및 최대주주 등 지분율을 토대로, 향후 지배력 변화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됐다. 상장사의 지배력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과 자사주 합계를 발행주식수로 나누어 계산했으며, 자사주 소각 후 지배력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을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수로 나누어 계산했다. 또한 각 기업이 공시한 소각 대상 자기주식 금액 기준이 ▲장부가액 ▲평균취득금액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등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으로 계산했다.
한편,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이 지난 3월6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상장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1년 6개월 내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등 자사주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통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