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피자부터 항공권·주택담보대출·보험상품까지, 글로벌 브랜드들이 일제히 ‘챗GPT 안의 앱(Apps in 챗GPT)’ 출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화형 AI가 사실상 새로운 쇼핑·예약 게이트웨이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결제는 각사 앱·웹사이트로 넘어가는 ‘하프 스텝’ 단계지만, 트래픽과 데이터가 챗GPT로 몰리면서 플랫폼 파워가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대화가 주문이 되는 순간
4월 글로벌 소비재·서비스 브랜드들은 일제히 “챗GPT 안에서 바로 주문·예약이 가능한” 전용 앱을 공개했다. 4월 15일, 스타벅스는 사용자가 자신의 기분을 설명하거나 주변 사진을 올리면 맞춤 음료를 추천받고, 옵션을 커스터마이징한 뒤 픽업 매장까지 고를 수 있는 베타 앱을 챗GPT에 탑재했다.
같은 날 피자 체인 리틀 시저스는 인원 수, 식이 제한, 예산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메뉴를 구성해 장바구니를 채워주는 주문 앱을 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4월 20일에는 버진 애틀랜틱이 항공사 최초로 챗GPT 앱을 선보여 “2월 카리브해 휴가”, “런던 출발, 직항만” 같은 자연어 프롬프트로 항공편 검색·비교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4월 21일에는 차량 호출 서비스 얀고 라이드(Yango Ride)가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25개국 이상에서 호출이 가능한 전용 앱 연동을 발표했다.
패턴은 공통적이다. 검색·상품 탐색·맞춤 추천은 챗GPT 대화창 안에서 이뤄지지만, 결제 단계에서는 각 브랜드의 앱이나 웹사이트로 리디렉션된다. Hospitality.today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애초 검토했던 ‘챗봇 내 일괄 결제 처리’ 구상 대신 챗GPT를 “검색·발견과 추천에 특화된 레이어”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지·보험까지…금융도 들어온다
‘앱스 인 챗GPT’는 단순 배달·여행을 넘어 금융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미국 온라인 모기지 플랫폼 Better는 3월, 자사 언더라이팅 시스템 ‘Tinman’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신용 심사 엔진을 챗GPT에 올렸다고 CNBC와 여러 외신이 전했다. 회사 측은 이 툴을 활용하면 대출기관의 모기지 처리 기간을 평균 21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 비교 플랫폼 Insurify는 2월, 오픈AI 디렉터리 최초의 보험 비교 앱을 출범시켜 자동차·주택 등 주요 상품에 대한 견적을 대화형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데이터 기업 Experian은 37개 이상 보험사의 견적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앱을 공개했고, 스페인 디지털 인슈어테크 Tuio는 챗GPT 대화창 안에서 실시간으로 맞춤형 주택보험료를 산출하는 앱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오픈AI는 2025년 10월 ‘Apps in 챗GPT’를 열면서 캔바·스포티파이·코세라·부킹닷컴·익스피디아 등 7개 글로벌 서비스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는 어도비 포토샵, 구글 드라이브, 애플 뮤직, 트립어드바이저 등 수십 개 앱으로 생태계를 확장했다.
국내에선 요기요·카페24·잡코리아·롯데케미칼 등이 순차적으로 챗GPT 전용 앱을 내놓아 맛집 검색, 상품 검색·추천, 채용 정보, B2B 제품 정보를 대화창 안에서 제공 중이다.
“AI가 두 번째로 큰 유입 채널 된다”
이러한 통합 러시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발견’하는 경로가 검색엔진·앱스토어에서 AI 비서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 레스토랑 테크 기업 Chowly의 CEO 스털링 더글라스는 자사 데이터에 기반해 레스토랑 웹사이트로 유입되는 AI 추천 트래픽이 2024년 0.3%에서 2025년 2.5%로 뛰었고, 2026년에는 10%에 달해 구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트래픽 소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레스토랑 웹사이트에 더 많은 트래픽을 보내는 곳은 지금도 여전히 구글뿐”이라고 강조했다.
AI 채널의 중요성은 이용자 저변에서도 확인된다. KBS와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48.7%인 2,494만명이 생성형 AI 앱을 사용 중이며, AI 앱 설치 비율은 1년 새 4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data.ai와 국내 보도에 따르면 챗GPT는 출시 1년 만에 생성형 AI 부문에서 전 세계 다운로드·소비자 지출·세션 수 상위권을 석권했고, 국내에서도 다운로드·소비자 지출·세션 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웹 분석업체 시밀러웹은 2025년 기준 전 세계 앱스토어 119개국 중 72개국에서 챗GPT 앱이 1위를 차지해 60.5%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용자 규모를 놓고 보면, 업계에선 챗GPT의 글로벌 이용자를 8억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챗GPT가 다양한 서비스의 허브가 되는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구조에서 챗GPT 앱은 브랜드의 ‘프론트 도어’에 가깝다. 사용자는 대화형 인터페이스 안에서 제품을 탐색하고 옵션을 조합하며, 어느 정도까지는 장바구니를 꾸밀 수 있지만, 최종 결제는 각사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이뤄진다. 이는 플랫폼 규제와 책임 문제를 피하는 동시에, 결제 데이터와 고객 관계는 브랜드가 쥐고 가는 절충안이다. 국내에서도 요기요·카페24 앱은 챗GPT 안에서 메뉴·상품을 추천하지만 실제 주문 버튼을 누르면 즉시 자사 앱·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 전략은 오픈AI에도 의미가 크다. 결제·금융 규제라는 고위험 영역 대신, ‘검색·추천·대화형 UX’에 집중하면서도, 방대한 파트너 앱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의존도를 높이는 플랫폼 전략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이미 모바일 주문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챗GPT 통합을 통해 신규 앱 사용자 유치 비용을 낮추고, “앱을 먼저 설치하게 만든 뒤 주문을 유도하는” 기존 퍼널을 “대화 속에서 바로 주문까지 끌어오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힌다.
플랫폼 전쟁 2막…검색·앱스토어 다음은 ‘대화 상단 입점’ 경쟁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로 귀결된다. “누가 사용자의 첫 번째 대화 상단에 서느냐”의 경쟁이다. 지금까지 브랜드들은 구글 검색 결과 상단, 앱스토어 인기 차트, 소셜 피드 노출 경쟁을 치렀다면, 이제는 챗GPT 대화창에서 자신의 앱이 몇 번째로, 어떤 맥락에서 호출되느냐를 두고 새로운 ‘랭킹 전쟁’을 벌여야 한다.
국내 데이터는 이 변곡점을 뒷받침한다. 한국인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생성형 AI 앱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며, 특히 챗GPT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생성형 AI 앱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챗GPT는 9억건 안팎의 누적 다운로드와 다수 국가에서의 앱스토어 1위로, 검색·앱스토어에 이은 ‘제3의 진입 채널’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브랜드의 디지털 전략에서 “SEO(검색엔진 최적화)·ASO(앱스토어 최적화)”에 더해 “AIO(AI 인터페이스 최적화)”라는 새로운 축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어 프롬프트에 얼마나 잘 노출되고, 대화 흐름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호출되는지가 미래의 ‘매대 진열’이자 ‘입점료’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챗GPT 안의 앱들은 ‘계산대’가 아니라 ‘현관문’에 가깝다. 그러나 AI로 유입되는 트래픽 비중이 1%대에서 10%대로 점프하는 순간, 이 현관문은 검색창과 앱스토어를 위협하는 새로운 쇼핑·금융·서비스 허브로 변신할 수 있다. 한국의 브랜드와 금융사, 플랫폼 기업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