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대화에서 ‘surpass(능가하다)', ‘boast(자랑하다)', 'strategically(전략적으로)', ‘significant(중요한)'이란 단어사용이 증가하지 않았나요?
바로 이 단어들은 최근 연구팀이 AI가 자주 쓰는 단어로 꼽은 것이다.
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 연구논문을 기초로 Scientific American, Nature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팀과 독일 막스플랑크 인문발달연구소 등 다수 글로벌 연구진들이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인간 언어 사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잇달아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인공지능 대형언어모델(LLM)인 챗GPT가 단순한 정보 도구를 넘어 인간의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어휘에도 점진적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이 AI가 선호하는 일부 단어와 표현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AI가 급증시킨 단어들, 일상 발화에서 눈에 띄게 확대…'문화 피드백 루프’ 현상
2025년 7월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가 자주 쓰는 ‘surpass’(능가하다)는 단어 사용빈도가 챗GPT 출현 이후 140.79%나 증가했다. ‘boast’(자랑하다)도 140.14%, 이어 ‘strategically’(전략적으로) 87.93%, ‘align’(맞추다) 36.59%, ‘significant’(중요한) 17.35% 증가하는 등 AI 특유의 어휘 패턴이 일상 영어 구어에서 명확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가 단어 선택에 쓰는 통계적 경향이 인간에게 되돌아가며 영향을 미치는 ‘문화 피드백 루프’ 현상을 확인했다.
반면, ‘delve’(탐구하다)처럼 AI가 과잉 사용한다고 알려진 문어체 단어는 일상 회화에서 증가폭이 크지 않은 반면, ‘realm’(영역), ‘crucial’(중요한)은 오히려 감소세였다. 이는 AI의 영향이 글쓰기와 대화 방식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모든 AI 어휘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인간과 AI 상호작용으로 변화하는 언어 환경
연구를 주도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전산언어학자 톰 유젝 교수는 "오늘날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AI가 훈련받는 데이터의 일부가 되고, AI가 생성한 언어는 다시 인간이 접하는 언어로 자리잡는 상호작용적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AI 언어 패턴이 인간 언어에 ‘스며들기 효과’를 일으켜, 우리가 무의식중에 AI와 비슷한 어휘 선택과 말투를 채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팟캐스트, 유튜브 영상 등 1300여개 이상의 자유 대화 샘플에서 챗GPT 등장 전후 2년간 2000만 단어 이상의 발화 자료를 분석했다. AI 어휘가 사람들의 일상 발화에 유의미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지식인 및 권위자로 인식되는 AI의 언어 영향력이 커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문화적 함의와 미래 전망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유럽 주요 연구기관들도 AI가 인간 언어 규칙과 문법 패턴을 학습하며, 이와 반대로 인간이 AI 언어 패턴을 따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는 언어 다양성 감소 우려와 사회적·정치적 편향이 AI 언어 패턴에 내재될 경우, 인간사회 전반의 가치 및 신념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AI가 ‘표준 영어’ 위주 언어패턴을 강화하며 지역 방언과 독특한 언어 특유성을 희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는 개성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인간 언어의 다양한 미묘한 표현들이 축소될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간-인공지능 ‘언어 공생’ 시대 도래
챗GPT 이래 AI는 교육, 과학, 업무뿐 아니라 우리 일상 대화의 말투와 어휘 선택까지 점차 바꾸고 있다. 인간과 AI가 서로의 언어를 모방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언어 다양성 보존과 AI 편향성 통제 등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