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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GPT-로절린드’로 여는 AI 신약개발 시대…오픈AI, 왜 생명과학을 택했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오픈AI가 생명과학 전용 추론 모델 ‘GPT-Rosalind(이하 GPT-로절린드)’를 내놓으면서, 생성형 AI의 다음 전장이 실험실(wet lab)과 제약·바이오 현장으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

 

유전체·단백질·화학반응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는 이 모델은 신약 후보 탐색과 실험 설계, 논문 해석까지 한 번에 돌려보는 ‘AI 연구조수’이자, 동시에 강력한 바이오 위험을 내포한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규제·정책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1. 로절린드 프랭클린에서 GPT-로절린드까지

 

OpenAI, indigodergisi, AI Trends에 따르면, GPT-로절린드는 DNA 구조 규명에 결정적 공헌을 한 영국 화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의 이름을 땄다. 오픈AI는 이 모델을 “생물학·신약 발견(drug discovery)·중개 의학(translational medicine)에 특화된 첫 프런티어 모델”이라고 정의하며, 일반 용도의 GPT 계열이 아니라 생명과학 워크플로우에 맞춰 미세조정된 도메인 특화형으로 포지셔닝했다.

 

이 모델은 과학 문헌 요약, 가설 생성, 실험 계획, 생물학적 데이터 분석에 최적화돼 있으며, 특히 유전체 데이터와 단백질 서열, 화학 반응 경로를 한꺼번에 다루는 통합 추론 능력을 강조한다. 블룸버그와 IT 전문 매체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쪼개진 세부 전공 탓에 느려진 생명과학 연구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GPT-로절린드를 ‘실험실을 위한 모델(Model for the Lab)’로 규정한다.

 

2. 신약개발 10~15년, 성공률 10%…GPT-로절린드가 겨냥한 병목


오픈AI가 겨냥한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오픈AI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신약 표적 발굴부터 규제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며, 임상에 들어간 신약 중 최종 승인까지 가는 것은 10개 중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FDA와 업계 통계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수치와도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과장이 아니라 현실 진단에 가깝다.

 

3. “RNA 기능 예측, 상위 5% 인간 전문가 능가”

 

성능 지표 역시 기존 범용 모델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내세운다. GPT-로절린드는 단백질·DNA·화학반응 이해를 측정하는 여러 벤치마크에서 오픈AI 기존 모델을 상회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RNA 서열 예측 성능이다. 현직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GPT-로절린드는 특정 RNA 서열의 기능을 예측하는 작업에서 “인간 전문가 95% 이상을 능가하는 성능”을 기록했다는 결과가 소개됐다. Dyno Therapeutics와의 공동 테스트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RNA 서열을 대상으로 한 best-of-ten 제출에서 인간 전문가 상위 5% 수준을 능가했고, 새로운 서열 생성 과제에서는 84번째 백분위(perentile)에 해당하는 성능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생물정보학 벤치마크인 BixBench에서 GPT-로절린드는 통과율 0.751을 기록했으며, 실험실 작업 흐름을 평가하는 LABBench2 11개 과제 가운데 6개에서 상위 모델인 GPT‑5.4를 능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수치들은 “단순히 기존 공개 데이터를 외운 수준이 아니라, 이전에 보지 못한 서열에도 일반화된 예측 능력을 보였다”는 전문가 평가로 이어진다.

 

4. 50개 데이터베이스를 하나로…‘생명과학 플러그인’의 의미

 

GPT-로절린드의 또 다른 축은 툴·데이터 통합이다. 오픈AI는 이 모델에 ‘생명과학 연구 플러그인(Life Sciences research plugin)’을 붙여, 50개가 넘는 과학 데이터베이스와 연구 도구를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호출할 수 있게 했다.

 

국내외 기술 전문 매체들은 오픈AI가 실제 실험실에서 빈번히 반복되는 ‘구체적 작업 절차’를 모델에 학습시키고, 공공 생물학 데이터베이스 접근·활용 방식을 내장함으로써 “단순 요약을 넘어 생물학적 경로 제안과 잠재 약물 표적의 우선순위 선정까지 수행하는 수준의 추론 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ITMedia 일본판 역시 GPT-로절린드가 50개 이상의 과학 툴과 연동돼 창약·게놈 연구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핵심 가치로 꼽는다.

 

이처럼 ‘모델+툴+데이터’를 묶어 워크플로우 전체를 장악하려는 접근은,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라는 단일 문제에 집중한 것과 달리 “실제 실험실에서 쓰이는 다단계 업무 흐름 전체를 AI로 관통하겠다”는 전략적 차별점으로 읽힌다.

 

5. 철저히 제한된 접근…Amgen·Moderna만 쓰는 모델

 

GPT-로절린드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열리지 않는다. 오픈AI는 “바이오안전(biosafety) 리스크”를 이유로, 이 모델을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에만 제공하는 ‘Trusted Access Program(신뢰 접근 프로그램)’ 하에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까지 공개된 초기 파트너로는 다국적 제약사 암젠(Amgen)과 mRNA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Moderna),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Allen Institute, 실험 장비·시약 대기업인 Thermo Fisher Scientific 등이 포함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도 협력 기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안 특화 모델 GPT‑5.4‑Cyber를 오직 검증된 보안 연구자에게만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오픈AI가 가장 강력한 모델들을 점점 더 “승인 절차 뒤에 세워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생명과학용 AI를 ‘국가 연구 자산’으로 보고 데이터 접근과 거버넌스를 별도 체계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신호로도 읽힌다.

 

6. Codex 90개 플러그인…연구실·개발실 동시에 먹는 전략


흥미로운 점은 GPT-로절린드 출시가 오픈AI의 Codex 대규모 확장과 같은 날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오픈AI는 클라우드 기반 코딩 에이전트 Codex에 대해 90개가 넘는 신규 플러그인을 공개하면서, CircleCI·GitLab·Microsoft Suite 등 주요 개발·협업 도구와의 연동을 대폭 강화했다.

 

이로써 Codex는 “코드 자동완성기”를 넘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 과정에서 컨텍스트를 수집하고 작업을 실행하는 범용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 연구 플러그인을 탑재한 Codex는, 실험 데이터 전처리·파이프라인 구축·모델링 코드 작성·CI/CD까지 한 번에 운영하는 ‘연구·개발 통합 에이전트’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다시 말해 GPT-로절린드가 실험실의 두뇌를 지향한다면, Codex는 그 두뇌를 실제 코드와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팔과 다리 역할을 맡는 구도다. 생명과학 모델과 개발 에이전트를 동시 확장하는 이번 행보는, 오픈AI가 “AI 연구조수+AI 개발자” 패키지로 제약·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오픈AI 재단은 올해 AI 관련 분야에 최소 1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생명과학과 질병 치료를 최우선 투자 영역으로 꼽았다. 이는 장기적으로 GPT-로절린드를 포함한 생명과학 AI 라인업이 단일 제품이 아니라, 기초연구부터 임상 전 단계까지를 포괄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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