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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하사비스 "AI 진짜 승부처, 챗봇 경쟁 아니다"… AGI 안전·과학에 ‘장기전’ 선포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AI의 진짜 승부처는 챗봇 상업 전쟁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AGI를 안전하게 완성하는 것”이라며 AI 산업의 시선을 장기 전략으로 돌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techcrunch, fortune, goodreads, NobelPrize.org, Chess.com에 따르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뒤 나온 전기 『인피니티 머신(The Infinity Machine)』과 잇단 인터뷰, 글로벌 행사 발언에서 그는 “전시(wartime) 모드”의 냉혹한 경쟁 속에서도 연구 방향의 나침반을 ‘과학·안전·글로벌 책임’으로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노벨상·전기 출간이 드러낸 ‘AI 장기전 설계자’

 

세바스티안 말라비의 신간 『인피니티 머신』은 체스 신동이자 10대에 게임 ‘오델로’를 코딩하던 영국 북런던 소년이, 케임브리지 이후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더해 범용인공지능(AGI)을 꿈꾸는 과학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2024년 그는 존 점퍼와 함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2’로 50년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풀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알파폴드2가 “연구자들이 확인한 거의 모든 2억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고, 이 모델은 190개국 이상에서 200만명이 넘는 과학자들에게 활용되고 있다.

 

말라비는 책에서 하사비스를 “과학과 비즈니스 양쪽에서 동시에 승리를 노리는 승부사”라고 규정하며, 그가 단순한 연구소장이 아니라 자본·정책·철학이 교차하는 AI 권력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강조한다. 런던에서 열린 북런치 행사는 매진을 기록했고, 현장에서 하사비스는 “챗봇 경쟁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에는 AGI를 인류에게 안전하게 건네야 한다는 더 큰 과제가 늘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전시(wartime) 모드” 선언… 연구소를 다시 스타트업처럼

 

이런 장기적 비전은 동시에 냉혹한 단기 경쟁 전략과 결합돼 있다. 2023년 초 오픈AI의 챗GPT가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가 1억명을 넘기며 사상 최단 기간 기록을 세우자, 하사비스는 내부를 향해 “지금은 전시(wartime)”라고 못 박았다. 그는 20VC 팟캐스트에서 이 시기 딥마인드 재편 방향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핵심은 ▲탐색적·장기 연구 축소, 단기 제품화 가능한 프로젝트에 자원 재배치 ▲경쟁사가 모방 가능한 연구 결과의 공개를 중단하고, 논문·코드 오픈 전략을 대폭 보수화 ▲순수 이론 연구 비중을 줄이고, 대규모 모델 엔지니어링과 제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자는 세 가지였다.

 

2023년 4월 구글이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을 통합해 ‘구글 딥마인드’로 재편하면서, 이 조직은 구글·알파벳 내 AI 연구·제품의 사실상 ‘엔진룸’으로 격상됐다. 하사비스는 “스타트업 시절로 돌아가 더 알뜰하고 더 빠르게 움직이며, 제품을 빨리 내놓는 조직으로 바꾸고 있다”며, IT 업계 20~30년 베테랑들조차 “기술산업 전체를 통틀어 경험한 것 중 가장 치열한 환경”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챗봇을 넘어…과학·로보틱스·월드모델을 향한 확장

 

하사비스의 ‘장기 게임’은 챗봇을 넘어선 AI 인프라·과학 응용으로 뻗어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멀티모달 초거대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검색·워크스페이스·클라우드 전반에 AI를 심는 동시에, 비디오·게임 엔진 기반 데이터로 학습되는 월드 모델 ‘지니(Genie)’와 로보틱스, AI 기반 신약개발 법인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알파폴드2 이후 과학 분야에서의 AI 활용도 가속되고 있다. 노벨재단과 딥마인드 자료에 따르면 알파폴드 계열 모델은 항생제 내성 메커니즘 분석, 플라스틱 분해 효소 설계, 희귀질환 단백질 구조 규명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 데이터베이스는 지난해 기준 2억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포함한다.

 

하사비스는 2025년 ‘올인 서밋’ 강연에서 AGI 도달 시점을 “5~10년 범위의 가능성”으로 언급하면서도, “진짜 가치는 창의적 과학 문제 해결과 물리·생물학 난제 해소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AI는 미국 20평방마일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AI 권력의 집중에 대한 문제의식도 그의 메시지에서 반복된다.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4월 18일자 기사에서 하사비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다리오 아모데이, 마크 저커버그 등을 “AI의 선두 주자들”로 묶어, 이들이 헨리 포드나 록펠러급의 산업·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 질문했다. 그러나 해당 매체는 “현재로서는 그런 역사적 인물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며, 규제·시장 구조·기술 불확실성 등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하사비스 본인은 런던에서 열린 포춘 CEO 데일리 행사에서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들이 미국의 20평방마일에서만 나와서는 안 된다”며, AI 리더십의 지리적 다양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알파폴드2 사용자 중 190개국 연구자가 포함된다는 노벨위원회의 수치는, 딥마인드가 실제로 글로벌 과학 생태계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AI 권력이 향후 유럽·아시아·글로벌 사우스와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사비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시 모드’와 ‘장기 게임’의 긴장


결국 하사비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모순적인 두 축 위에 서 있다. 한 축에서는 챗GPT 등 경쟁사의 돌파구에 맞서 조직을 ‘전시 모드’로 전환하고, 연구 공개를 제한하며, 구글 내부 AI 자원을 대거 흡수하는 냉혹한 전략적 행보가 진행 중이다. 다른 축에서는 노벨상급 과학 성과와 『인피니티 머신』이 보여주듯, AGI를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과학적·문명적 도약으로 만들겠다는 이상주의적 비전이 강조된다.

 

AI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은 이 두 축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로 수렴되고 있다. 상업적 ‘챗봇 전쟁’의 속도전에 매몰될 것인지, 아니면 알파폴드2처럼 인류 공동의 지식 인프라를 확장하는 장기 투자로 방향을 틀 것인지가 관건이다. 하사비스는 자신이 이 거대한 게임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그가 선택하는 장기 전략이, 실제로 인류 전체의 ‘인피니티 머신’을 향해 가는 길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빅테크 권력 집중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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