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엔비디아가 최신 AI 가속기인 GB300에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을 탑재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삼성의 HBM3E 퀄리피케이션 테스트를 통과한 사실과 함께 공식적으로 납품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은 1년 7개월여 만에 엔비디아 공급망에 본격 진입하며 글로벌 HBM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24년 3월 미국 반도체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젠슨 황 CEO가 삼성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 서명을 했으나 이후 질적 문제로 납품이 지연됐다. 올해 초 CES 2025에서는 HBM 설계와 품질 재검토를 언급하는 등 재도약을 위한 고난의 과정이 이어졌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 직후인 8월 미국 출장 중 현지에서 황 CEO와 만나 집중적인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세일즈를 주도했다. 이 회장이 이뤄낸 ‘독한 삼성’의 결실이 퀄리티 통과와 공급 확정으로 나타난 셈이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은 AI 반도체용 고성능 메모리로 엔비디아 GB300에 탑재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가격, 일정 등은 현재 막바지 조율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HBM4 6세대 제품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GB300용 HBM3E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이번 납품 확정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의미가 크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HBM4 퀄 테스트 통과 소식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젠슨 황 CEO와의 서신 교환을 통해 엔비디아의 GPU 5만여 장 구매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의견 조율 중이며 GPU는 삼성 내부 AI 전환 및 사업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은 포항에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 중이며, 이곳 서버에 엔비디아 GPU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력은 삼성의 글로벌 반도체 위상을 높이고 AI 가속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젠슨 황 CEO와 이재용 회장 간 직접 소통과 신뢰 구축이 성과로 이어진 점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