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7월 16일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개막식에서 특유의 검은 가죽재킷 대신 중국 전통의상 ‘당복(唐裝)’을 입고 등장해 중국 현지와 글로벌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황 CEO가 중국 전통 의상을 공식 석상에서 착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장에서는 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AI 시장 '빅바이어'에 파격 메시지…현장 반응 '후끈'
황 CEO는 이날 연설에서 “나는 중국인이다.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나의 모국어(first language)는 중국어”라며 자신의 뿌리를 강조했다. 실제로 연설 서두와 마무리에서 중국어로 인사를 전했고,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계속 사업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젠슨 황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큰 반향이 일었다. 중국 국영통신 신화통신(Xinhua),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 등 현지 주요 미디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H20칩 '재상륙'으로 4조달러 기업의 존재감 과시
이번 행보는 젠슨 황이 "대중(對中) 전략의 변신"을 천명한 것으로도 읽힌다. 지난 15일, 그는 중국 현지에서 엔비디아의 AI반도체 ‘H20’가 미 상무부 제재에 맞춰 규격을 낮추고 다시 중국시장에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H20’칩은 최첨단 A100, H100에 이어 나온 AI용 GPU로, 중국 내 빅테크 및 AI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주문하며 상반기 주문 물량은 이미 90% 이상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2024년 6월 시가총액 3조3860억 달러를 돌파, 2025년 7월 현재 약 4조1000억 달러로 올라서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질렀다. Counterpoint Research의 2분기 자료에서도 전체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AI모델, 월드클래스"…협력의 서막 열다
황 CEO는 이번 연설에서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AI 모델이 월드클래스임을 다시 확인했다"며 파트너십 강화 의지도 밝혔다. Wind Information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은 2023년 AI산업에만 500억 달러(약 67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된다.
CNN은 “중국 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가 최근 3년간 엔비디아의 칩 구매에만 연평균 26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 반응과 해석…“AI 헤게모니의 상징적 장면”
NYT, FT, CNBC 등 글로벌 미디어는 젠슨 황의 중국식 파격이 ‘AI 패권의 글로벌 무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해석했다.
Financial Times는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왔음에도 엔비디아와 중국 빅테크간 협력 강화를 시사함으로써 양국 간 기술냉전 구도에서 새로운 ‘균형점’이 등장했다”고 논평했다.
AI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규제와 중국 시장의 거센 반발 등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서도 엔비디아가 최대의 글로벌 공급자 지위를 잃지 않겠다는 ‘새로운 전략 구도’로 해석했다. 엔비디아의 2024년 중국시장 매출은 53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고,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