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원들에게 장기성과인센티브(LTI)를 현금 대신 자사주로 지급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총 513억5685만원, 임원 622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주식 인센티브 전환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경영투명성, 책임경영,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명확히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LTI(장기성과인센티브) 제도의 핵심 변화
LTI(Long Term Incentive)는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의 경영 실적을 반영해 산정된 인센티브를 향후 3년간 분할로 지급하는 장기 보상제도다. 성과에 따라 평균 연봉의 0~300%까지 책정될 수 있으며, 지급 규모와 방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날이 진화하는 흐름이다.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전체 인센티브의 50% 이상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직급별로 상무 50% 이상, 부사장 70% 이상, 사장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자사주로 필수 수령해야 한다. 이는 경영 목표 달성 시 임원 리더십이 주가 부양, 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에 직접 연동될 수 있는 구조로, 세계적으로도 신뢰받는 ‘스톡그랜트(Stock Grant)’식 임원보상 체계와 유사하다.
구체적 현황…노태문 DX부문장 16억원어치 ‘최다’ 수령
이번 지급에서 노태문 DX부문장이 2만2679주(15억9660만원어치)를 받아 가장 많았다.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은 1만3419주(9억4469만원),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9820주(6억9132만원), DS부문 김용관 전략담당 사장은 6349주(4억4696만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이 6220주(4억3788만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3116주(2억1936만원),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은 6722주(4억7322만원),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2869주(2억197만원)를 각각 수령했다.
전체 임원은 622명이며, 3년 이상 근무자에 한해 신주 지급이 이뤄졌다.
도입 배경과 파장…“책임경영, 주가부양, 주주가치 동시 달성” 실험
삼성전자의 변화는 글로벌 대기업과 IT리더들이 앞다퉈 도입한 주식 중심 성과보상체계에 부합하는 행보다. ‘Pay for Performance(성과 연동형 보상)’와 ‘Skin in the Game(주주와의 이해관계 일치)’라는 신경영 패러다임에서, 자사주 지급은 임원 스스로가 주주가치 방어선에 서게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와 주가가 임원성과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도록 설계했다”며 “내년부터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계열사도 자사주 지급 LTI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경제지표와 내부 평가
기존 LTI 산정 기준에는 주요 재무지표(ROE, 세전이익률, 주당수익률 등)가 반영된다. 예년도 사례를 보면 임원 LTI가 연 500억~2500억원 규모로 집행됐고, 올해 첫 자사주 지급 규모는 약 513억원이다. 경영실적 반영과 주가상승에 대한 집단적 책임의식을 임원진에 요구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고강도 경영투명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세계 기업들 추세와 비교
애플, 테슬라 등 주요 글로벌 IT기업 임원들도 일정 비중의 LTI를 주식으로 수령하며, 이는 기업가치 제고, 장기 리스크 헷지, 내부윤리 경영차원의 효과가 검증됐다. 삼성의 이번 실험이 실제로 기업가치와 주가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지, 장기적 책임경영 문화로 정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