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 31일 새벽 일주일간의 미국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은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일 열심히 해야죠”라고 짧게 언급한 뒤 구체적 발언을 자제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 등 주요 산업에서 의미 있는 협력 행보를 이어가며 글로벌 산업 무대에 삼성의 전략적 위치를 재확인했다.
삼성, 美 조선·원전 프로젝트로 파트너십 확대
이번 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의 대형 선박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미국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까지 염두에 두고 협력 범위 확장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한국수력원자력, 페르미 아메리카와 함께 텍사스주 아마릴로에서 추진되는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사업협력 MOU를 맺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대형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가스복합화력 발전, 태양광,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포함되며,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연계한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400억 달러(약 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초협력, 혁신 기대감 고조
이재용 회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포옹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양사 간 심도 깊은 협력이 주목받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회담 자리에서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삼성과 SK가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언급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4년 524억 달러(약 71조7000억원)에서 2028년 1264억 달러(약 173조원)로 연평균 25%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공급을 확대할 경우 반도체 수주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발 반도체 장비 규제…中공장 우려 ‘확산’
그러나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8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적용해온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2026년 1월부터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매건 건별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는 생산 차질과 비용상승 리스크로 직결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철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100% 관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실제 시행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