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H-1B 비자 신청 당 10만 달러 수수료 정책이 본인의 가족이 미국에 이민 오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을 것이라 밝혔다.
황 CEO는 대만 출생으로 태국 거쳐 9살 때 미국에 이민 왔으며, 부모님도 2년 후 합류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10만 달러 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민이 ‘아메리칸 드림’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CNBC, 포춘, 인도타임즈, 비즈니스인사이더, SCMP, 테크버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은 기존 대비 100배 상승한 금액으로, 외국 전문 기술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1400건 이상의 H-1B 비자를 지원 중이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비자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CEO는 정책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미국이 최상위 인재를 유치하는 경쟁에서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AI 산업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는 최근 오픈AI와 6기가와트(GW)에 달하는 AI 칩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첫 1기가와트 규모는 2026년 하반기부터 배치될 예정이며, 오픈AI가 조건 충족 시 AMD 지분 최대 10%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이번 계약은 AMD가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본격 경쟁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CEO는 AI 컴퓨팅 수요가 올해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AI 모델이 단순 질문 응답을 넘어서 복잡한 추론 능력을 갖추면서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오픈AI와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42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미 10GW 규모(미국 800만 가구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음)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합의했다. 이는 GPU 400만~500만 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편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도 재조명되고 있다. 황 CEO는 “현재 미국은 중국보다 AI 기술 분야에서 크게 앞서 있지 않으며, 중국은 에너지 인프라 구축 속도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이 400GW에 달하는 전력용량을 새로 구축한 반면, 미국은 수십 GW에 불과하여 AI 지원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격차가 크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와 칩 개발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다양한 에너지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황 CEO는 AI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체 발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데이터센터들은 천연가스 자가발전에 의존하는 단계이며, 향후에는 핵발전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속도 면에서도 전력망 의존보다 우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언과 산업 동향은 미국 내 인재 유입 정책과 AI 산업 확대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액 H-1B 비자 수수료 정책은 최상위 인재 영입에 제약 가능성을 키우지만, 엔비디아 등 빅테크는 이를 극복하며 AI 산업 성장을 견인 중이다. 동시에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에너지 및 인프라 확충이 결정적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