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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가족 사진까지 꺼낸 올트먼…화염병 테러가 드러낸 ‘AGI의 반지’ 권력전쟁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자택 화염병 테러 직후 새벽에 올린 블로그 글은 단순한 심경 고백을 넘어, AI 권력 구조와 민주주의, 그리고 미디어 책임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선언문에 가깝다.

 

4월 10일(현지시간) 오전 4시12분 전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 지역에 위치한 올트먼 자택 대문에는 화염병이 던져졌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따르면 화염병은 문과 외벽 일부를 그을렸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건 1시간가량 뒤인 오전 5시7분, 같은 남성이 3번가에 위치한 오픈AI 본사 앞에서 건물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했고,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용의자는 20세 남성으로, 신원과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한 불안과 반발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AI 공포’가 물리적 폭력으로 번진 첫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내 가족 사진이다”…가장 사적인 이미지의 정치화

 

사건 직후 올트먼은 평소 철저히 숨겨왔던 가족 사진을 공개하는 이례적 행보를 택했다. 그는 블로그에서 “이것은 내 가족 사진이다. 나는 그 무엇보다 이들을 사랑한다”며 “다음 사람이 우리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일만큼은 막고 싶다”고 썼다.

 

동성 배우자와 아들이 함께 찍힌 이 사진은, 그동안 사생활을 극도로 감춰온 올트먼의 이미지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사진에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사적인 이미지를 공적 방패로 전환해 폭력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AI 논쟁이 ‘추상적 기술 리스크’에서 ‘개별 인간의 삶과 안전’ 문제로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AI 규제·윤리 논쟁의 대상이던 인물이, 순식간에 ‘테러 위협을 받는 가장이자 소수자 가족’으로 재프레이밍되는 순간이다.

 

“말에도 힘이 있다”…미디어와 ‘AI 포비아’ 겨냥한 직설


올트먼은 이번 사건 배경에 “며칠 전 자신을 겨냥한 자극적 기사”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그는 “그 기사가 AI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된 시점에 나왔고, 내 신변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하지만 화염병이 날아든 뒤 그는 “말과 서사의 힘을 과소평가했다”고 썼다. 이는 극단적 공포를 자극하는 일부 보도·담론이 실제 물리적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자, 언론과 여론 형성자들에게 던진 직접적인 책임 질문이다. 동시에 그는 “우리 업계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분은 이 기술이 가진 엄청난 위험성에 대한 진심 어린 우려에서 나온다”며 선의의 비판은 환영한다고 선을 그었다. AI 회의론 전체를 공격하는 대신, ‘자극적 서사’와 ‘정당한 비판’을 분리해 달라는 메시지다.

 

“AGI를 한번 보고 나면, 못 본 척할 수 없다”

 

올트먼의 글에서 가장 정치적 함의가 큰 대목은 이른바 ‘AGI의 반지’ 비유다. 그는 “AGI를 한번 보고 나면 다시는 못 본 척할 수 없다”며, AGI를 둘러싼 권력 투쟁을 톨킨의 ‘반지’에 비유했다. 

 

올트먼의 요지는 명확하다. AGI 자체가 반지인 게 아니라, “AGI를 지배하는 자가 되겠다”는 전일적 지배 철학이 반지라는 점, 이 반지가 사람들을 ‘미친 짓’을 하게 만들며, 업계의 셰익스피어적 드라마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해법으로 “기술을 폭넓게 공유해 아무도 그 반지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을 든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역량 강화(개인에게 AI 권한을 넓게 배분), 민주주의 시스템이 기업보다 통제권을 유지하는 구조라는 두 가지를 명시했다.

 

이는 “AI는 민주화돼야 한다. 미래의 지배권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과 제도에 속해야 한다”는 그의 오랜 메시지와 정확히 맞물린다. 동시에 일론 머스크 등 빅테크 라이벌 간 ‘AGI 패권 전쟁’ 한가운데 서 있는 인물로서, 자신을 ‘반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 플레이어’로 위치시키려는 정치적 수사로도 읽힌다.

 

 

“머스크의 일방적 통제를 거부했다”…자기 서사의 재구성


올트먼은 블로그에서 “머지않아 있을 일론 머스크와의 재판”을 언급하며, 과거 머스크가 오픈AI에 대한 일방적 통제권을 요구했지만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상기시켰다. 그는 이 결정을 “오픈AI 존속을 가능하게 한 좁은 길”로 규정하며 스스로를 ‘권력 분산을 지향한 리더’로 그린다.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2018년 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 오픈AI의 영리 전환을 두고 “비영리 법인을 훔쳤다”고 공개 비난하며 소송을 제기해온 인물이다.

 

현재 양측은 미국에서 배심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올트먼은 이 법적 분쟁을 “AGI의 반지를 둘러싼 통제권 싸움”의 한 축으로 재해석하며, 자신을 ‘민주화·분산’ 쪽에, 머스크를 ‘집중·일방 통제’ 쪽에 배치하는 틀을 독자에게 제시한 셈이다. 자택 테러라는 극단적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과거 선택과 현재의 위치를 재서술(reframing)하면서 향후 재판과 여론전을 겨냥한 장기적 서사를 쌓고 있다. 

 

“나는 결함 있는 인간”…갈등 회피형 리더의 자기고백

 

이번 글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축은 자기 성찰이다. 올트먼은 “갈등 회피적 성향이 부끄럽다”며, 이전 이사회와의 충돌을 잘 처리하지 못해 회사에 큰 혼란을 초래한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2023년 11월 오픈AI 이사회가 전격 해임을 발표했다가, 직원 집단 사퇴 경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폭 지원 속에 복귀한 ‘이사회 쿠데타’의 핵심 당사자다.

 

올트먼은 “엄청나게 복잡한 상황의 중심에 선 결함 있는 인간”이라며, 그 과정에서 상처 준 이들에게 사과하고 “더 빨리,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동시에 그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AI를 구축하는 방법,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자본을 모으는 방법, 안전하고 견고한 서비스를 대규모로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회사는 많지만, 우리는 실제로 해냈다”고 자평했다. 

 

극단적 자기 비판과 성취의 자부심을 의도적으로 병치해, 인간적 약점과 역사적 성과를 동시에 강조하는 서사 전략으로 읽힌다.

 

“폭발을 줄이자”…극단의 시대, 언어의 수위를 낮출 것


블로그의 결론부에서 올트먼은 “우리 업계에 대한 비판의 많은 부분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언어와 전술의 수위를 낮추자”고 제안한다. 그는 “비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더 적은 집에서 더 적은 폭발이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경험한 당사자의 절박한 호소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미디어·시민사회 전반에 향한 메시지다. 

 

또 극단적 비유·선동·공포 마케팅이 ‘AI 시대의 새로운 테러리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잠재 위험을, 자기 몸으로 체험한 뒤 던진 경고에 가깝다. 이번 화염병 사건과 새벽 블로그 글은, AI 논쟁이 이제 기술·경제를 넘어 인간 안전, 민주주의, 언론 윤리, 권력 구조 전반을 건드리는 전면전의 국면으로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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